
최근 본보가 주최한 ‘2025 울산혁신콘퍼런스’를 계기로 울산 산업계 전반에서 AI(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제조 혁신의 중심 도시로 울산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부처와 기업, 학계 전반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혁신콘퍼런스는 산업계에 실질적인 AI 전환의 필요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으며, 정부 차원의 연구인재 양성과 기업들의 본격적인 AI 도입 흐름까지 촉발시킨 지역 언론 주도형 혁신 촉매제로 평가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SK이노베이션과 울산 스타트업 딥아이(DEEP AI)의 ‘AI 열교환기 비파괴검사 자동평가 설루션’이 정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AI 설루션은 초음파로 열교환기를 촬영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결함을 자동으로 판별하는 방식으로, 결함 탐지 정확도 95% 이상, 판독 시간 90% 이상 단축이 가능하다.
그간 전문가의 육안 판독에 의존하던 기존 검사 방식은 시간과 정확성에서 한계를 보였고, 특히 숙련된 인력 부족 문제도 점점 심화되고 있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울산CLX의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아이의 AI 분석기술을 접목한 설루션이 개발됐다.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UNIST를 포함한 전국 4대 과학기술원에 AI 융합 연구단 ‘이노코어(InnoCORE)’를 설치하고, 박사후 연구원 400명을 육성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5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입해 AI+과학기술 융합 분야의 고급 인재를 국내 산업 현장에 직접 연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해외 인재 유출을 막고, 재외한인 과학기술자의 복귀를 유도하는 글로벌 채용설명회도 이달부터 시작된다.
울산 산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스마트야드(Smart Yard)를 중심으로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공간에 실제 조선소를 구현하는 ‘트윈포스’ 기술은 설계와 생산을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공정 간 오차 및 중복을 줄여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HD현대는 오는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선업에 AI를 본격 도입하는 국내 첫 모델이 될 전망이다.
S-OIL도 온산공장에 ‘공정 안전·운전 위험 관리 설루션(PSORMS)’을 도입, 생성형 AI를 통해 공정안전성과 작업위험성 평가를 자동화하고 있다. 법규 준수, 비상 대응 등 복잡한 절차에 AI를 접목해 스마트 플랜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영섭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은 “산업 AX는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산업 데이터 간 관계와 맥락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산업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며, 그 중심 도시는 울산”이라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