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못하는 것보다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나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어른으로 자란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대훈(71·사진) 조일상운(주)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나눔 철학을 밝혔다.
북구 효문동에서 화물운송 기업을 운영 중인 정 대표는 지난 1998년 12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고 26년 6개월 동안 꾸준히 아동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21년 10월 누적 후원금 1억원을 달성해 초록우산 고액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의 울산 4호, 전국 292호 회원이 되기도 했다.
13살과 14살 때 1년 사이에 부모를 잃은 정 대표는 혼자 살면서 장사 등 여러가지 일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 이에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인들에게도 나눔을 전파하며 후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 대표의 사무실에는 그동안 후원했던 자료와 후원한 아이들의 사진, 감사편지 등이 가득했는데, 색이 바랜 자료들은 정 대표가 얼마나 오랫동안 후원해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정 대표는 “장사를 할 때 어른들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도와줘 고아원도 안가고 혼자 잘 컸다. 나중에 돈을 벌면 아이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업을 하다 보니 여유가 생기면서 가능한 선에서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 대표는 초록우산에 매월 100만원씩 정기 후원을 이어가며 총 6명의 아동을 돕고 있다. 초록우산 외에도 굿네이버스, 천수복지회, 국경없는의사회, 오순절평화마을, 소년자원보호자, 천사무료급식봉사 등에 기부하며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정 대표는 “후원을 시작한지 26년이 넘었으니까 지금 성인이 된 아이들도 많다. 후원한 아이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보람을 많이 느낀다.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이나 연말에 후원받은 아이들이 기뻐할 때도 보람차다”며 “나처럼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돼 여유가 생기면 분명 자신이 도움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03년 매달 30만원씩 10년 넘게 후원한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아이는 선천적 소뇌증으로 인한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척추가 심하게 휘어져 똑바로 누워있어도 몸이 뒤틀렸으며 우유만 먹어야 했다.
정 대표는 “고모가 키우던 아이였는데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 직원을 보낸 적이 있다. 갔더니 집도 넓고 도움을 줘야할 상황이 아니었다. 사회복지사들이 자주 내방해서 현재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안한 것”이라며 “후원금이 적은 것도 아니고 더 힘든 아이들에게 지원이 갔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그때부터 그 기관에는 후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초록우산은 다른 기관에 비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 지금은 초록우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올해 1월 울산화물협회 제10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정 대표는 계속 나눔을 실천하다보니 복이 찾아온다며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계속해서 후원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업이 안 되면 후원부터 끊는다. 계속 후원을 한다는 건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많이 버는 만큼 나눠야 한다는 나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공덕을 쌓으니까 운도 좋고 아픈 곳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정대훈 조일상운(주) 대표는 “후원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26년 넘게 후원을 하면서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사업을 하는 동안 계속 후원을 하고 이후에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