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업계의 대규모 정비 시즌이 본격화하자 울산 산업현장에 ‘안전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대규모 협력업체 인력이 투입되는 작업인데다, 각종 고위험 공정이 이어지면서 지역 산업계와 노동계 모두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1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유업체는 4~5년 주기로 대정비 작업을 한다. 화학설비 가동을 멈추고 여러 장비와 협력업체를 투입해 정비·보수작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설비를 멈췄다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화재나 폭발 등 중대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대정비 기간에는 다수 작업자가 같은 구역에서 동시에 다른 작업을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실제 최근 5년간 유해·위험물질 다량 취급 사업장(PSM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폭발·누출 산업재해 총 73건 중 43.8%가 정비·보수작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화학업계 불황의 여파로 안전 투자에 소홀해지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S-OIL 온산공장에서는 이달 초부터 수소첨가분해공장 대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경질유 생산에 필수적인 설비인 탈황시설의 촉매를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S-OIL 온산공장 작업 현장에는 6개 협력업체 1만560여명의 노동자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대정비 기간에는 일용직·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투입되면서 유해가스 흡입 및 질식, 화재·폭발, 추락 등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원청이 형식적인 관리가 아닌 실질적인 안전 시스템을 가동해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환경부는 이날 S-OIL 온산공장 현장에서 대정비 작업 화학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합동 안전점검을 했다.
고용노동부는 “안전작업 절차를 원·하청 모두 철저하게 준수해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