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암각화 ‘살리고’ 식수 ‘희생’…이젠 정부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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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암각화 ‘살리고’ 식수 ‘희생’…이젠 정부가 응답하라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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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인류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 영광의 이면에는 울산 시민들이 생명수와 맞바꾼 식수 공급 대책이 15년째 표류하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현재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문 설치는 순조롭게 진행 중인 반면, 댐 수위 조절로 인해 급격히 줄어드는 식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울산 시민의 희생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는 그간 연 평균 42일가량 ‘물고문’이 가해지는 반구대암각화 보호를 위해 생태제방 축조, 차수벽 설치, 카이네틱 댐 설치 등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가유산청의 ‘문화재 보존’ 정책과 맞물려 갈등만 낳았다.

지난 2021년부터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댐 안전성 강화사업’과 병행해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을 통해 운문댐 용수를 울산에 공급(하루 4만9000t)하는 방안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마저도 대구·구미 등 지자체간 갈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대안으로 대구시가 안동댐 물을 활용해 ‘맑은 물 하이웨이’(총사업비 2조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울산 지역도 운문댐 용수 공급 기대감을 높였지만, 새 정부의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오르며 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울산시의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따르면, 2025년까지 하루 9만8000t, 2040년까지는 하루 12만5000t의 추가 식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도 울산 시민들은 암각화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사연댐 수위 조절이라는 물리적 희생을 감수하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기여했다.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 과정에서 사연댐 수문 설치, 종합정비계획 등 개발계획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세계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문설치 공사 과정 등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울산권 맑은 물 공급 대책은 단순한 식수 문제를 넘어, 울산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다. 만약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이 무산되고, 사연댐 수문이 2030년부터 가동된다면, 울산은 즉각적인 식수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울산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확실한 식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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