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는 13일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국제적 홍보는 물론 체계적인 보존·활용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석기 시대 수렵·어로 모습을 표현한 반구천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집중호우 때마다 대곡천 하류 사연댐 수위 상승으로 물에 잠겼다가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이 문제의 핵심은 대곡천 하류에 위치한 사연댐이다.
사연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으로 만수위는 해발 60m, 암각화는 53~57m에 자리하고 있다. 댐 수위가 53m에 도달하면 암각화 일부가 침수되고, 57m를 넘기면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울산시는 2014년부터 저수지 수위를 낮게 유지해왔지만,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한 번에 많은 비가 쏟아질 경우 수몰을 피하기 어려웠다. 2021년에는 사연댐 여수로에 너비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해 수위를 암각화보다 낮은 52m로 유지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이 사업은 ‘사연댐 안전성 강화사업’에 포함돼 노후 취수탑 내진 보강과 함께 추진 중이며, 총사업비는 약 655억원이다. 현재 기본·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30년께 준공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수문 설치로 끝나지 않는다. 댐 수위를 낮추면 하루 약 4만9000t의 식수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미래 수요까지 감안하면 그 이상의 대체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대체 수원 확보 없이는 수위 저하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정부는 2021년 마련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서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운문댐은 울산시가 오랫동안 원해온 대체 수원으로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구시와 구미시 간 해평취수장 이전 협정이 이견 끝에 사실상 폐기되면서 운문댐 활용 계획도 지지부진해졌다.
이후 대구시는 안동댐 물을 공급받기로 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을 추진하며 울산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졌지만, 이 사업마저 현 정부 들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울산으로서는 대구·경북 지역의 물 문제가 하루빨리 정리되기만을 기다리는 처지다.
설령 지역 간 식수 공급 합의가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운문댐에서 울산까지 약 44㎞에 달하는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데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에 따라 또다시 장기간의 행정 절차와 공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 물 문제가 올해 안에 합의되길 기대하고. 이후 운문댐 물 확보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계유산 등재로 암각화 보존 노력은 유네스코 차원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사연댐 공사 진척 상황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을 알릴 것을 권고했다. 이는 공사 주요 공정과 단계별 상황, 암각화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유산센터에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의미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고, 지자체 및 지역 주민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국제 기준에 맞춰 관리·보존 계획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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