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는데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다
“1970년 12월24일에 천전리 암각화를 발견 조사했고, 그 다음해인 1971년 12월25일에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 조사했는데 벌써 55년이라는 반세기가 지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이 시점에 세계유산이 등재됐다. 50년이상의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게 되어 생애에 국가적으로 국보와 세계적으로 세계유산이 된 사실에 무한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정말 감개무량하다. 특히 발견하고 조사하고 연구한 최초 발견자가 있는 세계문화유산은 거의 없는데 이 반구천 암각화는 발견·조사·연구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또한 유일하다는 점에도 더욱 의의가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나
“세계유산 자격은 발견 후에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수위조절이라는 난관 때문에 지금까지 미루어졌다. 너무 늦은 세계유산 지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 유일의 국보중의 국보인 암각화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세계유산이 된데에 최초 발견자로써 무한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암각화를 발견하게 된 계기와 처음 발견했을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천전리 암각화는 1970년 12월24일에 원효스님의 주석 사찰인 반고사를 찾는 과정에서 제가 당시 책임자로 있었던 동국대학교 박물관 조사단이 발견·조사했다. 처음 암각화를 봤을때 ‘이것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었고, 보통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곡리 동네 주민들의 제보로 대곡리에 더 많은 그림이 새겨져 있는 암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교 차원의 조사단(책임자 문명대)을 꾸려서 준비해 1년 뒤에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 조사하게 된 것이다. 날씨는 두 발견일 다 초겨울의 쾌청한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여서 조사하기에 적당했다. 당시 한국일보가 특종을 해서 대서 특필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반구천 암각화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석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7000여년의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잘 녹아 살아 생동하는 ‘국보 중의 국보’라는 사실이다. 특히 대곡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B.C. 6000~B.C. 3000)의 생활상과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표현된 바다의 고래와 육지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이들을 사냥하고 기원하는 사람들 200여점(대곡리 암각화)과 청동기시대(단군조선시대)의 문자, 기하학적 무늬와 그림 그리고 삼한과 古신라 통일신라의 명문과 그림들(천전리 암각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세계 유일무이의 암각화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세계 최고, 최상, 최대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암각화가 매년 물에 잠기었다가 떠오르는 것을 반복했을 때 심정은
“대곡리 암각화가 발견되고 나서도 매년 수몰되었다 다시 들어나는 것을 55년이나 반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초 발견자로서 가슴이 아팠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정부와 울산시는 하루 빨리 반구천 암각화의 과학적 보존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반구천에는 자주 오시나. 방문객을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국가적으로 암각화 조사가 활발하고 반구대포럼(시민단체)이 활성화 되었을때는 1년에도 10여 차례 이상 다녀가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는 1년에 한 두 차례 밖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개선책은 대곡리 암각화의 경우 수위 조절이 되면 첫째 과학적 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둘째 10여m 밖에서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가까운 곳 절벽에 똑같은 암각화 모형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만져볼 수 있고, 암각화를 제작하는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세계유산 지정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것 같다
“그렇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말했다시피 반구천 암각화의 과학적 보존대책을 세워 실행하는게 급선무다. 또 세계유산을 국민과 세계 관람객에게 직접 볼 수 있는 전망대 설치와 인근의 유사한 절벽에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암각화 모형을 제작 설치해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비를 지원하고 다섯째 연구와 홍보를 할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생전에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반구천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이제 남은 생애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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