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북구 강동에는 지금 풍력의 바람이 아니라 분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수천억 원 규모의 동남해안 해상풍력발전사업이 강동 산하동 KCC아파트단지에서 불과 3㎞ 떨어진 해역에 조성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역사회는 들끓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반대가 아니다. ‘왜 지금? 왜 여기인가?’라는 주민의 물음은 정당하고 절실하다.
동남해안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정자항 동측 해역에 고정식 해상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해 총 144㎽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생산된 전력은 육상 송전선로를 통해 동울산변전소로 보내져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민간주도형 사업이다.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주민과의 소통은 없었다. 지난 5월29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사업 내용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접했다. 20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언론 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사업자 측은 직접 설명도 없이 영상 프레젠테이션만 상영하며 실망과 불신을 키웠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필자는 주민들의 분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강동동은 2013년 대비 인구가 3배 넘게 증가해 현재 1만5950명이 거주하며 그 중 청소년이 2665명에 달한다. 아파트와 학교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풍력발전기 가동에 따른 소음과 진동, 해양 경관 훼손, 아파트 가격 하락, 송전선로 전자파로 인한 건강 피해 등에 깊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인근 산하동에는 1만2474명이 거주하고 있다.
울산시는 강동을 해양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 아래, 203억원을 투입해 몽돌해변 일대에 해안공원을 조성 중이며 7400억원 규모의 ‘웨일즈코브 관광단지’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지역 이미지 개선과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상풍력단지 조성은 해양 경관과 생태계를 훼손하고 소음을 유발하며, 결국 관광 매력을 반감시켜 해당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풍력발전이 기후위기 대응 수단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으로 지역 주민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전남 신안군과 영광군에서는 풍력발전기 인근 주민들이 두통, 수면장애, 어지럼증 등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호소했다. 2022년 6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회는 풍력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고 1억3800만원의 배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풍력발전의 부작용이 법적으로도 인정된 첫 사례다.
간헐성과 불안정성이라는 풍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주요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정적이며 경제성도 갖춘 대안 에너지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는 원자력을 제외하면 5.6%에 불과하지만, 원자력을 포함하면 18%까지 높아진다.
발전 단가도 풍력(271원/㎾h)에 비해 원자력(52원/㎾h)이 다섯 배 이상 저렴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 안정성을 두루 갖춘 원자력이야말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울산 북구는 월성원자력발전소 인접지역으로, 2024년 2월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지역자원시설세 조정교부금을 교부받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 편의시설 확충과 복지 사업 등 실질적 혜택이 지역에 환원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과 상생하는 에너지 정책’의 긍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이번 해상풍력 사업이 해양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어업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한다.
주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필자는 주민의 동의 없는 일방적 사업 추진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다. 진정한 에너지 전환은 주민과 함께할 때에만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손옥선 울산북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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