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여름, 중국 북부에서는 52.2℃의 폭염이 발생했고, 브라질 아마존은 극심한 가뭄으로 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북극권에선 영구동토가 녹아 오래전 봉인됐던 바이러스가 다시 깨어나고 그린란드의 빙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여름 서울 낮 기온도 37.8℃까지 올라 관측이 시작된 이래 7월 상순 기온으로 최고를 기록했으며, 수도권은 낮 최고기온이 40℃를 넘어선 곳도 있었다. 가장 더운 7월 말에서 8월 초엔 얼마나 더 뜨거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인류의 활동이 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 삼림 파괴, 무분별한 도시화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했고 이로인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 이상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러한 상승이 지속되면 폭염, 가뭄, 식량난, 해수면 상승은 물론 인류 생존 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 파국의 흐름을 가장 오래 가장 깊이 겪게 될 세대는 바로 오늘의 청소년들이다.
청소년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가장 강력한 변화의 주체다. 2018년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 아이들은 대개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아요. 어른들이 하는 대로 하지요”라고 말하며 기후를 위해 결석시위를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 수백만명의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서게 만든 도화선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을 비롯한 청소년 단체들이 정책청원, 교육청 예산 감시, 헌법소원 제기 등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기후시민’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 안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게 다뤄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3000여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94.5%는 기후변화를 인간 활동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고 80% 이상은 그 영향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실제 실천 경험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실천의 장이 부족하고 학교에서 이를 다룰 기회가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달리 스웨덴은 유치원부터 지속가능발전과 기후 관련 교육을 일상화하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실제로 기후 정책 제안, 학교 결석 시위, 청소년 환경소송까지 주도한다. 교육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청소년들은 단지 과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사회 구조와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능동적 시민으로 성장한다.
우리나라 역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후·생태전환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회성 행사나 교과 외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정규수업 시수 부족, 교재 부재, 전문성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의견을 말하거나 행동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기후에 대해 생각은 하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세대’가 양산되고 있다.
기후변화 교육은 단순한 환경지식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시민교육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과학적 사실이자 정치적 현실이고 청소년의 삶과 권리를 뒤흔드는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건 ‘기후를 배우라’는 권고가 아니라 ‘기후를 바꿀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하는 교육이다.
이를 위해 첫째, 정규 교과에 기후위기 및 지속가능발전 관련 내용을 구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이 직접 실천과 정책 참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해야 하며 셋째, 학생 자치와 지역 연계를 통해 청소년의 기후역량을 실제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교실은 기후위기를 조용히 지켜보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현재의 교실을 바꿔야 할 이유다. 청소년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교육이 응답할 차례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실천을 가능케 하는 ‘기후교육’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