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4일 발표한 ‘AI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 속도가 과거보다 수 배 이상 빨라졌다”며 “고효율·친환경 중심의 국산 기술과 인프라를 앞세워 데이터센터를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율은 2003~2021년 연평균 21.1% 수준이었지만, AI 수요 폭증으로 2022년 이후 연평균 169.4%로 급등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23년 3728억달러에서 2029년 6241억달러로 67.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성에 주요국들은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국가안보시설로 지정하고,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에너지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데이터센터 입지·전력·기술 실증을 통합 관리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 중이다. 베트남과 중국도 외자 100% 소유를 허용하며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OCI 데이터베이스 기준 데이터센터 수에서 세계 22위, 최근 5년간 투자액은 29위(4억달러)에 머물러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전력망 부담, 낮은 국산 장비 활용도, 세제·입지 지원 미흡 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울산이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7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역 제조업과 결합해 디지털 트윈,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지역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협회 보고서 역시 이런 울산의 사례가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AI 반도체·전력 인프라·냉각 시스템 등 국내 강점을 활용한 전략적 접근 △친환경 초대형(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저전력 AI칩(NPU) 기반 엣지 데이터센터 틈새시장 공략 △설계·운영·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형 수출구조 전환 등을 제안했다. 또 데이터센터를 ‘디지털 수출 전략산업 및 인프라’로 지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 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지정과 세액공제율 상향, 수출형 표준 모델 개발, 비수도권 친환경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AI 서비스, 설계·시공·운영의 통합 인프라, 반도체·냉각장비·전력기기 등 연관 부품까지 생태계 전반을 동반 수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데이터센터를 전략적 안보 자산으로 인식해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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