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영의 컬러톡!톡!(42)]컬러 마케팅의 이면(裏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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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컬러톡!톡!(42)]컬러 마케팅의 이면(裏面)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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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컬러 마케팅은 색상을 활용하여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무더운 여름, 편의점 음료 코너의 파란색은 우리에게 시원함을 전달해준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듯한 라벨, 시원한 물줄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그리고 ‘갈증 해소’ ‘쿨링 효과’ 같은 문구까지, 기업들은 파란색이 소비자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고 굳게 믿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바다, 하늘, 얼음 등 자연물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파란색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파란색이 혈압을 낮추고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파란색을 보고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 단순히 색채 자체의 본질적인 효과 때문일까? 그보다는 학습과 문화적 맥락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파란색이 시원하다는 것으로 학습되어 왔다. 가전, 패션, 음료 광고 등 수많은 매체에서 파란색은 ‘시원함’이라는 개념을 더해 제품을 내놓았고, 이러한 반복적인 노출은 파란색과 시원함 사이의 강력한 연상 작용을 만들어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파란색을 보면 조건반사적으로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마케팅에 능숙하게 활용한다. 제품의 본질적인 시원함보다는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시원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성분의 음료라도 파란색 패키지에 담겨 있으면 더 시원하게 느껴지고, 붉은색 패키지에 담겨 있으면 덜 시원하게 느껴지는 경험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효과가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파란색 자체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파란색에 투영하는 기대감과 심리적 효과가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컬러 마케팅이 ‘유혹의 수단’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색채는 강력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적절하게 활용하면 브랜드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문제는 과장된 기대감을 심어줄 때 발생한다.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색채가 주는 심리적 효과를 실제 제품의 효능과 혼동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시원함은 음료의 온도, 옷의 소재, 공간의 통풍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컬러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를 꿰뚫어 보는 현명한 소비자의 시각이 필요한 때이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지금, ‘청량한 파랑’에 맹목적으로 끌려가기보다, 정말로 나를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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