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 농협 신정지점 부지점장, “작은 기부도 누군가에겐 큰 희망…망설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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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농협 신정지점 부지점장, “작은 기부도 누군가에겐 큰 희망…망설이지 마세요”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7.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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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희 농협 신정지점 부지점장
“작은 기부가 모여 기적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경로를 몰라 후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초록빛 능력자들 기사를 보고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심재희(54·사진) 농협 신정지점 부지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소망을 밝혔다.

심 부지점장은 지난 1998년 IMF 시절 농협은행 채권관리 업무 수행때 연체자 자택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친구를 통해 초록우산을 알게 돼 기부를 시작했다.

심 부지점장은 “연체자 집을 방문하면 부모는 사업이 망해 야반도주하고 아이들만 있거나 할머니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 때문에 찾아간 것이지만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생기더라”며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토로하니까 친구가 초록우산 지로(고지서)를 주면서 마음의 짐을 덜 방법을 가르쳐줬다. 그때부터 초록우산에 기부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부지점장은 개인 근로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증액은 있어도 감액은 없다’는 목표로 27년 3개월 동안 꾸준히 아동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아동과도 결연을 맺는 등 아동 복지 증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를 인정 받아 지난해 아동복지유공자 울산시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 부지점장은 후원한 아이들에게 감사 편지를 받으면 더욱 힘을 내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많은 아이들 중 성인이 돼 그동안 도움을 줘서 고마웠다고 마지막 편지를 보낸 아이와, 아빠의 가정폭력을 피해 엄마와 쉼터에 지내다 엄마의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게 돼 엄마와 함께 감사 편지를 보낸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심 부지점장은 “성인이 되면서 후원을 더 이상 받지 않는 아이가 앞으로 미용을 하고 싶다는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그 아이에게 나한테 돌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잘 자라서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고 답장했다”며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 아이는 한국에서도 힘들었는데 중국에 가면 잘 견딜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안쓰러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얼마 안 되는 돈도 힘든 사람들한테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하라고 조언했다.

심 부지점장은 “해외 아동에게 편지가 왔는데 얼마 안 되는 금액인데도 마을 공동으로 쓴다며 고맙다고 하더라. 르완다에서 250만원이면 가정 어린이집을 만들고 영양식을 줄 정도”라며 “시대가 바뀌면서 요즘에는 멘토링 등 재능기부 형태의 기부도 많아졌다. 내 기준에서 보고 기부를 망설이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 할머니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는 심 부지점장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어른들이 도움을 줘야 한다며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심 부지점장은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도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후원한 아이들이 어릴 때는 굽은 길을 걸었지만 잘 헤쳐나가 바른 길로 갔으면 좋겠다. 나중에 능력 있는 사람이 돼 다른 사람들을 도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심재희 농협 신정지점 부지점장은 “퇴직까지 2년 남았다. 꾸준히 남을 도우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며 “신이 사라졌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박한 세상 속에서 기부자는 누군가에게 신이 될 수도 있다. 초록빛 능력자들이 모여서 세상에 기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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