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세계유산등재로 ‘반구천의 암각화’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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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세계유산등재로 ‘반구천의 암각화’ 시즌 2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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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반구천의 암각화’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울산이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보가 세계인의 유산으로 공식 인정됐다. 현장에서 직관하지 않았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동은 벅찼다. 마치 현장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 빙의된 듯했다. 현장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다소 엉뚱하지만,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에 글과 그림을 남겼던 선조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해봤다. ‘우리의 모습과 흔적을 남긴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림과 글을 새길 때, 오늘을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래를 잡고, 활을 쏘고, 호랑이와 사슴, 거북이가 공존했다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렸을 것이다. 어쩌면 평범하지만, 또 달리 보면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수렵과 사냥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쟁투였기 때문이다. 선사인의 숨결을 품고 있던 현장이 발견된 것은 우연이 겹치면서 일어났다. 우연이 겹쳤다는 것은 필연을 잉태하는 과정이었다. 발견 이전에도 침수와 훼손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크게 훼손되지 않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사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반만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암각화가 새겨질 때는 삶의 중심이었을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세상의 변두리였기에 보호 아닌 보호될 수 있었다는 아이러니 덕분이었다. 험한 산세와 깊은 계곡에 둘러싸인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는 세상과 교류를 끊고 단절되기엔 안성맞춤의 지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본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국보의 영광에 더해 세계유산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영광과 영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의무라는 숙제도 함께 떠안았다. 문제는 그 숙제를 풀어내기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물속에 잠겼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탓에 ‘자맥질 국보’라는 오명에도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 이후 각종 보존책이 논의되고 일부는 실행됐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국보의 영광도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기에 세계유산의 영예를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세계인의 찬사를 받으면서도 지금껏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사연댐 공사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을 권고했다. 표면적으론 권고지만, 사연댐으로 인해 큰 비만 오면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되기 때문에 댐의 수위를 낮추라는 강력한 요청이나 다름없다. 사연댐의 수위 조절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식 논의가 지속됐지만, 결국 울산의 부족한 식수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상생이 가능하다. 울산시만의 힘으론 부족하다.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해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환영하면서 ‘유산의 보존 및 관리 수준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하고, 지역경제 기여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보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울산의 물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사연댐을 대체할 수자원 공급 취수원을 선정하는 게 급선무다. 또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도 권고했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다소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반구천의 암각화 일대를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교육과 연구의 중심으로도 발전시켜야 한다.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암각화박물관을 국가가 관리하는 박물관으로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 반세기 전, 각석과 암각화 발견이 ‘반구천의 암각화’ 시즌 1이라면, 이제 세계유산등재는 시즌 2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세계유산등재의 영예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으로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 반만년 전 선사인이 바위에 글과 그림을 새겨넣었던 그 마음으로 후손들을 위해 우리도 같은 심정으로 세계유산등재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혼을 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울산시의회도 세계유산등재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할 것이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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