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암각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petroglyph다. 이 단어는 비교적 근대에 만들어진 학술용어로,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두 단어의 결합어다. ‘돌, 바위’를 뜻하는 petra와 ‘새기다’를 의미하는 glyphein이 결합되어 문자 그대로 ‘바위에 새긴 것’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petro-는 ‘석유(石油)’를 뜻하는 petroleum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glyph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인 hieroglyph 등에서도 사용된다. petroglyph는 19세기 중반 이후 고고학과 인류학에서 널리 쓰이며, 전 세계의 선사시대 바위그림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한편, ‘유산’을 뜻하는 heritage는 라틴어 heres(상속인)에서 비롯되었으며, hereditare 형태로 변한 후 고대 프랑스어 eritage를 거쳐 12세기 경 중세 영어로 유입되었다. 원래는 ‘재산이나 권리의 상속’을 의미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 역사, 전통’과 같은 무형의 유산을 가리키는 뜻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로는 상속인을 뜻하는 heir, ‘유전적인’의 의미를 지닌 hereditary, 그리고 동사형인 inherit(상속하다), 명사형 inheritance(상속 재산)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heritage와 inheritance 모두 ‘heres(상속인)’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지만, 사용되는 맥락은 다르다는 것이다. heritage는 주로 문화적·사회적 가치가 담긴 유·무형의 유산을 뜻하고, inheritance는 법적으로 물려받는 구체적인 재산을 의미한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노력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