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프로 본사 유치, 울산 산업전환의 출발점 돼야
상태바
[사설]카프로 본사 유치, 울산 산업전환의 출발점 돼야
  • 경상일보
  • 승인 2025.07.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많지만, 울산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기업은 드물다. 서울 등 수도권 본사에서 주요 전략, 정책, 투자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울산이 ‘제조업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카프로의 행보는 단순한 주소 이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산업도시 울산이 전략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5월 본사를 서울에서 울산으로 이전한 카프로는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울산과 함께 미래로’라는 공동 비전을 선언했다. 온산국가산단 내에 국내 최대규모의 수소출하센터를 준공한 것을 계기로, 석유화학 기반에서 수소 중심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 ESG경영, 지역인재 육성, 민관협력 모델 구축 등도 선언문에 담겼다. 울산의 미래 산업 전략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이 결합한 또 하나의 성과물이다.

울산시는 오랜 기간 본사 유치를 위해 조세·전기요금 특례, 산업입지 지원 등의 제도적 기반을 다져왔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현대자동차, SK, S-OIL, 롯데케미칼, 고려아연 등 굴지의 기업들이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생산은 울산에서 이뤄지지만, 이익은 본사 소재지로 귀속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최근 새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운기업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HMM 이전시 향후 5년간 15조원이 넘는 경제효과와 2만여 개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대기업 본사의 지역 이전은 단순한 경제적 상징을 넘어, 지역산업 구조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문제는 이를 지속가능한 흐름으로 만들 정책 역량이다. 본사 유치를 유도할 유인책은 보다 정교해야 한다.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고급 인력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교육, 의료 인프라를 보완하고, 기업이 장기 전략을 울산에서 설계할 수 있도록 행정적 신뢰와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수도권과 차별화된 ‘울산형 산업도시 비전’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산업도시는 단순히 공장이 많은 도시가 아니다. 기획과 전략, 연구개발과 마케팅 기능이 한데 모여야 비로소 산업 전환의 완결성을 갖는다. 카프로의 본사 이전은 그 첫 단추다. 이를 계기로 울산이 전략적 산업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치적 결단과 행정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류인채 ‘이끼의 시간’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겉과 속은 달라-애니원공원
  • 장생포 수국 절정…한여름의 꽃길
  • 울산 첫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상업운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