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는 지난해 시내버스 업계 적자의 93%를 지원했고, 올해는 이를 9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적자의 100%를 보전해 주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직전 단계인 ‘준준공영제’ 수준이다. 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는 지자체 가운데 적자의 100%를 지원해 주는 지자체도 있는 만큼 적자를 전액 보전해 주더라도 준공영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준공영제 도입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안은 있는지 살펴본다.
◇시내버스 업계 “준공영제 필수”
준공영제는 민간이 운영하는 대중교통에 지자체가 재원을 지급하는 공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2004년 7월1일 서울에서 처음 시행한 뒤 울산을 제외한 6개 특·광역시가 모두 도입했다. 지자체가 적자를 100% 보전하는 대신 노선 관련 권한을 가지고, 업계는 운행과 노무·차량 관리 등을 담당하는 형태다.
업계는 준공영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용객 감소로 수익 구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적자의 95%만 보전해 주는 것은 당장 명맥을 이어갈 뿐, 경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영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지출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출은 승무원 인건비가 65~70%, 연료비가 1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상 절감이 어려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관리직·정비직 임금의 표준원가가 전국 평균보다 낮고, 부품료 등도 최저 수준을 유지해 지출을 더 줄이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울산시내버스운송조합 관계자는 “준공영제가 도입되더라도 갑자기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부채를 정리하는 수준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도입 땐 재정 지원 급증 우려”
시는 준공영제 도입시 재정 지원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이다.
최근 준공영제를 도입한 제주도의 경우 노선 개편과 증차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2017년 157억원이었던 지원금이 시행 후인 2018년 965억원으로 600% 이상 폭등했다. 2005년 도입한 대전 역시 전년도인 2004년 40억원을 지원하던 수준에서 2005년 121억원에 이어 현재 1000억원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의 도덕적 해이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적자를 100% 보전해 주는 만큼 업계가 굳이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준공영제 시행 전 각 시도는 모두 혁신안을 들고 나왔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준공영제가 되는 순간 시내버스가 완전히 공적 재원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민원 해소나 배차 간격 조정 등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단지 재정 지원을 5% 더해주는 것을 떠나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준공영제를 한다 안한다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울산형 다중복합운영체계 추진
시는 지난 2019년 6월 울산 시내버스 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울산형 다중복합운영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혁신위는 실현가능한 시내버스의 근본적인 혁신 방안에 대해 고민한 뒤 “대중교통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 교통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당부하며 장기적으로 서비스 경쟁 체제의 조성과 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준공영제, 부분공영제, 신모델 경쟁 체계의 ‘울산형 다중복합운영체계’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시는 농촌지역 노인들의 이동 수요를 위해 재정을 100% 지원하는 마실버스를 운영하는 등 혁신위의 제안을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현 위기 타개를 위해 준공영제보다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6년째 요금이 동결 중인 가운데 수요는 줄고 임금 등 지출은 늘어 간극이 더 벌어지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요금을 적정 수준 부과하는 게 맞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문제는 노·사와 시, 시민 등 4자가 얽혀 있어 해법 제시가 쉽지 않다”며 “업계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도 다양한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