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마이스’가 휩쓴 울산]태화시장, 5년전 ‘차바 악몽’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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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오마이스’가 휩쓴 울산]태화시장, 5년전 ‘차바 악몽’ 되풀이
  • 정세홍
  • 승인 2021.08.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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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새벽 제12호 태풍 ‘오마이스’로 인한 집중호우로 울산시 중구 태화시장 일대가 태풍 ‘차바’ 이후 5년만에 다시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상인들과 중구청 공무원, 소방대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중구 태화·우정시장이 또 침수됐다. 5년 전 태풍 차바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행정 및 기상당국의 안일한 인식과 대비, 뒤늦은 문자 공지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재발방지 사업 등 대비책도 5년 째 제자리걸음에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키웠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속수무책

24일 오전 중구 태화종합시장. 대부분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가게 내부로 들어온 흙탕물을 퍼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새벽부터 나온 상인들은 아침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 정육점 냉장고는 떠내려갔고, 한 약국에서는 진열해놓은 약들이 대부분 물에 침수됐다. 태화동 행정복지센터부터 우정삼거리까지 약 300m 가량이 침수되면서 도로가 파손됐고 태화종합시장 상점 대부분이 침수 피해를 입는 등 태화동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태화시장에서 2대째 옷가게를 운영중이라는 한 상인은 “재난문자나 따로 공지받은 것도 없었다. 오전 6시에 뒤늦게 가게에 나와보니 온통 흙밭이고 옷은 흙탕물에 쓸려내려갔다”며 “내일(25일)이 장날인데 장사를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거렸다.

일부 상인들은 5년 전 차바를 연상케 하는 재난에 공무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부 상인은 “배수 정비가 제대로 안된 탓”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안경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40)씨는 “5년 전 차바 때 피해를 입은 장비 할부금도 아직 다 못갚았다. 고가의 제품들도 전부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5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안일한 대응

태풍 오마이스는 울산에 이날 오전 2시께 최근접하면서 시우량(한 시간 단위의 강우량) 80㎜에 육박하는 폭우를 퍼부었고, 태화강수위도 4.15m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오전 1시 기준 30~50㎜)만을 믿고 있던 지자체의 대응은 안일했다. 5년 전 태풍 차바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상인들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새벽에 헐레벌떡 나와 침수에 대비했지만 불과 1시간30여분만에 급격하게 불어난 물을 막기란 불가능이었다.

한 상인은 “새벽에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 데도 대피 여부나 침수 여부를 알려주는 안내문자 하나 없었다. 또 매번 태풍 때마다 모래주머니 배치 등 대비를 빡빡하게 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지원도 전혀 없었다”며 “우수관로 준설작업도 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구 관계자는 “예상보다 비가 훨씬 많이 왔다. 이후 상인회 협조를 받아 안내방송을 진행했고 차수판 설치 안내문자도 전송했다”며 “지난 6월께 태화시장 일원 유곡천 점검결과 상태가 양호해서 준설을 하지 않았다. 인근 우수·오수관로는 준설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재발방지 대책도 하세월…상인들 시름 깊어

중구에 따르면 침수 원인은 태풍 차바 때와 비슷하다. 태화종합시장 일대는 울산혁신도시와 태화강을 사이에 둔 ‘U’자 형태의 저지대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다보니 인근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수압이 센 배수로 물 때문에 태화시장 주변에 고인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또 태화동 행정복지센터 앞 우수박스가 용량초과로 막히면서 맨홀이 역류했고, 빗물과 함께 떠내려온 부유물들이 근처 우수·오수관로를 모두 막아버렸다. 우수·오수관로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자 태화동 일대는 급속도로 침수됐다.

태풍 차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LH가 조성한 혁신도시 인근 저류조도 최근에야 성능 개선·보강공사에 들어가면서 전혀 기능을 못했다.

중구가 태풍 차바 이후 재발방지 대책으로 마련한 1분에 1700t 처리규모의 배수펌프장 건립과 고지 배수터널 건립은 수년전 착수했지만 소송 등으로 하세월이다. 배수펌프장 건립사업과 고지 배수터널 사업 등 이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두 사업 모두 내년 연말께는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상인들의 마음고생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세홍기자·김정휘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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