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울주군 온산읍 이진리 산 64-10 일원에 대한 ‘온산국가산단 개발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를 2일 고시했다.
시는 지난 2010년 지역 28개 공원에 대한 식생·토지이용 등의 실태를 조사한 뒤 이진공원이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2011년 공원 용도를 폐지한 뒤 산업용지로 전환했다.
이후 우선협상 대상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고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며 30만8323㎡에 달하는 넓은 부지는 장기간 방치돼 왔다.
시는 자금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이진지구 개발에 뛰어들기를 기다렸고, 지난 2018년 S-OIL은 석유화학제품 관련 산업시설 조성을 골자로 하는 온산국가산단 개발 계획 변경 및 사업 시행자 지정을 시에 신청했다. 시는 검토 끝에 S-OIL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S-OIL은 실시계획승인 신청을 한차례 연장한 뒤 올해 상반기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울산 투자를 재개키로 했다. S-OIL은 이진지구 부지에 1조8129억원을 투입해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은 건축·생활 소재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S-OIL의 RUC/ODC(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1·2단계 사업의 효과를 극대할 수 있는 설비였다.
그러나 S-OIL은 이진지구 내 위치한 53사단 군사시설의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시에 온산국가산단 개발 사업 사업자 지정 및 실시계획 승인 신청 취소를 요청했다.
신청 취소 요청의 골자는 중복 투자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현재 S-OIL은 7조원대 규모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일명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t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이 핵심이다.
S-OIL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여 지연된 샤힌 프로젝트가 최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전에는 더 이상 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10년간 방치된 산업용지의 개발을 기대하던 시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S-OIL의 올레핀 다운스트림 공장 조성이 진행·완료될 경우 세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진중공업이 이진지구 내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시는 시름을 덜게 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세진중공업이 산단 개발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했다. 아직 사업 분야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사업 시행자 자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