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센터 지정 60주년 맞은 울산 ‘문화도시’ 옷 입는다]랜드마크 세웠더니…쇠락한 탄광마을이 세계적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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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센터 지정 60주년 맞은 울산 ‘문화도시’ 옷 입는다]랜드마크 세웠더니…쇠락한 탄광마을이 세계적 명소로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5.1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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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로 세워진 ‘북방의 천사’. 관광객들이 거대한 규모의 북방의 천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로 세워진 ‘북방의 천사’. 관광객들이 거대한 규모의 북방의 천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경제 선진국 도약의 발판이 됐다. 그 결과 UN, IMF, 세계은행, OECD, EU, 다우존스, JP 모건, S&P 등 주요 국제기구와 신용평가 기업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 규모 순위에서 한국은 러시아, 호주, 스페인 등을 제치고 당당히 세계 10위에 올랐다. 한국 경제 성장의 주춧돌이 된 울산 특정공업지구. 공업지구 지정 당시 정부는 울산을 문화도시로 만든다는 종합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제 울산은 공업도시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할 차례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의 해결책이 될 국내외 선진 사례를 6회에 걸쳐 소개한다.

▲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로 세워진 ‘북방의 천사’. 관광객들이 거대한 규모의 북방의 천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게이츠헤드의 랜드마크로 세워진 ‘북방의 천사’. 관광객들이 거대한 규모의 북방의 천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탄광서 문화도시로 발전한 게이츠헤드

게이츠헤드는 영국 잉글랜드 북부 뉴캐슬어폰타인(Newcastle upon tyne)이라는 도시 아래에 있한 작은 도시다. 길이 320㎞에 달하는 타인강(River Tyne)을 사이에 두고 북쪽엔 뉴캐슬어폰타임, 남쪽은 게이츠헤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파업이 한창인 탄광 마을에서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 탄광의 배경이 될 만큼 이 지역의 주력 산업은 석탄 탄광이다. 하지만 게이츠헤드는 탄광뿐 아니라 철강, 선박 산업 등 산업 역사가 긴 공업도시다. 영국 최초의 증기기관차, 철도, 터보엔진까지 생산한 곳이다. 하지만 1939년 이후 대공황 시절 주력 산업인 탄광에서 생산한 석탄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들며 황폐해진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으로 공장시설이 파괴되고, 마거릿 대처 정부의 광산 폐쇄 정책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며 도시도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이런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 연간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뉴캐슬과 게이츠헤드에는 최고 수준의 관광 명소는 물론 역사적인 건물과 교각이 주민들의 장 자체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주력 산업을 관광으로 변화시켰다.

▲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바라본 아치형 ‘타인 브리지’와 다리가 한쪽으로 열리는 ‘스윙 브리지’의 모습.
▲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바라본 아치형 ‘타인 브리지’와 다리가 한쪽으로 열리는 ‘스윙 브리지’의 모습.


◇거대한 도시 랜드마크 ‘북방의 천사’

관광을 주력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게이츠헤드 주민들은 도시를 알릴 랜드마크 만들기에 돌입했다. 시의회의 의뢰를 받은 조각가 앤서니 곰리(Anthony Gomely)는 게이츠헤드의 역사를 반영하는 한편 미래를 바라보는 구조물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 결과 200년 동안 광부들이 일해 왔던 자리에 높이 20m, 날개 너비 54m에 달하는 철로 만든 거대한 ‘천사’를 설치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은 명물이 된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이지만 제작 초기엔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했다. 없는 살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흉물’을 설치하는 것이 공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예술적 가치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도시를 살린다는 의견이 모이자 수년에 걸쳐 모금도 활발히 이뤄졌다.

제작도 난항이었다. 80만파운드(약 12억6000만원)를 들여 20명이 6개월에 걸쳐 3153개의 강철 조각을 이어 붙이고, 바람과 조각 무게를 견디기 위해 33m 깊이의 구멍을 뚫어 모래와 시멘트로 석탄을 채굴한 빈 공간을 메워 1998년 2월 마침내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방의 천사’는 게이츠헤드를 지나가는 철도와 고속도로 모두에서 보일 만큼 압도적인 크기로 도시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입소문을 타고 매년 330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조각상 중 하나가 됐다. 관광객 숙박을 위해 세계적인 호텔 체인도 게이츠헤드에 숙박시설을 개장할 정도로 탁월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가져왔다.

‘북방의 천사’ 프로젝트가 흥행을 거두며, 게이츠헤드시는 타인강 주변을 문화시설로 채우는 ‘게이츠헤드 부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2001년 배가 다리 밑을 지나다닐 수 있도록 다리 상판이 접히는 밀레니엄 브리지를 짓고, 버려진 영국 최대 제분소 조셉 랭크(Joseph Rank)를 개조해 발틱 현대미술관을 만들었다. 여기에 밀레니엄 브리지와 발틱 현대미술관이 잘 보이는 자리에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진 거대한 민달팽이 혹은 소라껍데기 모양의 공연장 세이지 게이츠헤드를 완공하며 프로젝트 대미를 장식했다.
 

▲ 다리 상판이 접히는 ‘밀레니엄 브리지’와 제분소를 개조한 ‘발틱 현대미술관’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 다리 상판이 접히는 ‘밀레니엄 브리지’와 제분소를 개조한 ‘발틱 현대미술관’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낡은 건물 개조한 문화공간도 염두에 둬야

새로운 시설을 짓는 데는 공간 부족과 주민 반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등의 한계가 있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대신 리모델링으로 생명을 부여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지금은 효용이 사라져 도심 속 흉물로 덩그러니 방치된 빌딩이나 공장시설을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이미 게이츠헤드 지역은 20년 전부터 낡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예술·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에서는 거대한 랜드마크를 세우고, 도시 발전을 위해 공장을 리모델링한 미술관도 세우는 데 일조했다. 공사비 대부분은 영국 복권 기금으로 충당했다. 또 부족한 부분은 주민 기부나 기업들의 후원금 등으로 해결했다.

리암 맥킨지(Lliam McKinsey) 잉글랜드 예술위원회 위원은 “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던 영국 최대 밀가루 제분소는 게이츠헤드 지역 산업 중심 중 하나였다. 제분소가 문을 닫으며 많은 실업자가 생겼고, 공장은 폐허로 변했다”며 “주민도 포기하며 잊히고 있던 건물이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옛 모습 그대로 남은 외관은 주민들에게 추억이 되고, 내부는 참신한 예술품을 담은 예술공간으로 활용해 관광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맥킨지 위원은 “물론 낡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는 데 반대도 있다.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반대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공청회 등을 열어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시설을 만들어야 지속해서 찾고 사랑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도시가 살아 숨 쉬고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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