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6)]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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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6)]엉겅퀴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6.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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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필자가 어렸을 때는 엉겅퀴가 지천이었다. 그런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그 많던 자생 엉겅퀴가 어느덧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 힐링푸드센터에서는 ‘2022년 엉겅퀴 텃밭 문화축제’가 열렸다. 엉겅퀴 김치 담그기와 엉겅퀴 발효 효소액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엉겅퀴의 잎과 줄기를 찧어서 상처 난 곳에 붙이면 피가 엉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김치·나물·식초·된장·효소·차 등 다양한 식품으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은 약용작물이다. 늦봄부터 한여름에 걸쳐서 꽃이 피는데, 그 씨앗은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하얀 솜털을 달고 바람에 날아간다.



엉겅퀴 꽃씨가 바람에 흩어집니다./ 또다시 여름이 왔습니다./ 뜨겁게 살자고 약속하기 전에/ 버릴 것을 모두 버리고/ 꽃씨 하나로도 더욱 단단한/ 젊은 그들의 자세는 얼마나 넉넉합니까/ 쌓아둔 것이 많아서 더욱 불편한 삶/ 누리고픈 것이 많아서 더욱 괴로운 삶/ 그것 말고도 우리에겐 버릴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엉겅퀴 꽃씨’ 일부 (도종환)


엉겅퀴는 동의보감이 발간될 당시 ‘항가새’로 불렸는데, ‘가시가 크다’는 뜻이다. 엉겅퀴의 꽃말이 ‘날 건드리지 마세요!’이니 ‘가시’와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실제 엉겅퀴 잎에는 침이 달려있어 잘못하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엉겅퀴가 국화가 된 데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중세 때 스코틀랜드를 침공하던 바이킹 군대가 밤에 적의 진지를 기습하려다 엉겅퀴에 찔려 소리를 낸 탓에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 바이킹 군대를 격퇴했다고 한다. 엉겅퀴는 영화에도 나온다. 멜 깁슨, 소피 마르소가 나오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는 잉글랜드군에 대한 스코틀랜드 민중의 항쟁을 다루고 있는데, 엉겅퀴 꽃이 시작부터 끝까지 나온다. 이 외에도 왕실의 문장이나 동전 등 국가의 주요 디자인에는 엉겅퀴가 반드시 들어간다.

예부터 강원도 사람들은 엉겅퀴를 나물로 요리해 먹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곤드레 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려엉겅퀴’다. 봄에 연초록 어린잎과 줄기를 따서 묵나물로 만들어 두었다가 밥에 비벼 먹거나 죽을 쑤어 먹는다. 옛날에는 하도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을 해먹었는데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비싼 음식이 됐다. 잡초 중의 잡초였던 것이 천하의 약용작물로 유명세를 떨치니 세상사 참으로 요지경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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