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과 소망을 담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우리 고유의 문화 ‘솟대’를 콘텐츠로 한 전시가 마련된다.
울산 남구문화원(원장 고문구)은 오는 19일까지 울산 솟대·장승 작가협회(회장 이승희) 초대전 ‘솟대, 하늘 끝 그리움이여’를 남구문화원 1층 갤러리 숲에서 연다.
솟대는 삼한시대 신을 모시던 장소인 소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오리, 기러기 등을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긴 장대 위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하늘에 전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전시에서 이승희, 정철영, 최임중, 이구현, 김세동, 김창완, 박인찬, 이민우, 이상헌, 최재흠, 황경옥 작가 등 협회 회원 10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태고의 전설’ ‘별을 꿈꾸며’ ‘고향 기억나무’ ‘행복했던 시절’ ‘함께하는 마음’ 등 50여 점의 솟대를 선보인다.
회원들이 만든 솟대는 그리움, 기다림, 애틋함 등 서두르지 않는 내면의 차분한 한국적인 정서를 작품에 담았다. 작품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보는 이들에게 직설적으로 표현하거나 다가가지 않는다.

소나무·철쭉나무 가지, 겨울의 목련 꽃봉오리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물이 가진 의미와 정서를 작품에 투영해 끄집어낸다.
소나무의 비틀린 가지, 덜자란 솔방울, 혹처럼 자라난 가지 등은 자연에서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솟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의 재료로 쓰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검은 대나무 ‘오죽’으로 불교의 ‘108 번뇌’를 형상화해 마음속 번뇌를 날려주는 작품, 수마로 상처 난 나뭇가지를 이용한 작품 등도 눈에 띈다.

솟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승을 표현한 작품도 소개된다.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우직함을 담은 장승과 풍요와 안정을 바라는 솟대가 어우러져 예술적 조형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승희 울산 솟대·장승협회장은 “솟대는 기쁨·행복 등 인간 내면의 높은 정서보다는 그리움·애틋함 등 낮은 정서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솟대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창립한 울산 솟대·장승 작가협회는 이듬해 남구문화원 갤러리 숲에서 열린 창립전을 시작으로 울산문화예술회관, 장생포문화창고, 태화강 봄꽃 축제 등에서 전시를 여는 등 솟대 문화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