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부산 사람도 안 간다는 ‘Top3’와 도시, 공간, 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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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부산 사람도 안 간다는 ‘Top3’와 도시, 공간, 로컬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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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울산 시민들은 부산 구경 갔다가 가볼만한 곳이라고 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 사람은 절대 안가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 3곳을 지역 언론이 소문냈다. 굳이 안 간다기 보다는 예산 들여 조성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개선하거나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고발성 기사다. 울산 역시 돈 들여 만들었는데 울산 시민들도 찾지 않는 곳을 만든다면 아니한 만 못하기 때문이다. 소위 반면교사 삼거나 ‘마케팅 실패’ 차원에서 벤치마킹하자는 의미다. 관광지로 만든다면서 돈 많이 투자했지만 ‘부산 사람도 안가는 곳’이라고 부산 언론이 알린 3곳은 ‘장림포구’ ‘감천문화마을’ ‘비콘그라운드’ 등이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들어는 봤거나 경우에 따라 처음 듣는 곳이라는 분도 계실 듯싶다. 장림포구는 부산 사하구에 있다. 쉽게 설명하면 색깔이 알룩달룩한 포구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 ‘부네치아(부산+베네치아)’다. 500m 길이의 직선 포구에 알룩달룩 창고를 일렬로 배치했다. 2012년부터 장림항 활성화 사업 등으로 집행된 예산이 10여 년 동안 195억원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있을 부산어묵축제 개최 가능성을 기대한다지만 접근 시설 등이 미비해 소위 ‘구석진’ 장림포구를 찾아올 관광객이 얼마나 될까 벌써 고민이라고 한다. 화장실 시설과 접근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관광객을 잡을 콘텐츠가 없다는 게 더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감천문화마을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8년 287만 명이 찾은 명소다. 도시재생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줄곧 관광객이 꾸준히 늘었던 곳이다. 이런 이유로 어쩌면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런데 어쩌다가 지역 언론에 의해 부산 사람도 안 찾는 관광지로 선정되었을까? 원인은 해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원주민은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역 언론은 이렇게 일갈했다. ‘원주민이 소외된 관광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최악의 관광지로 꼽았다’. 도시재생 초기 그러니까 지금보다 덜 감촌문화마을이 알려졌을 때에는 원주민을 배려하기 위해 관광객은 ‘조심성’과 ‘존중’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원주민의 삶은 전시되고 상품이 됐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몰리니 당연히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2019년 현재 점포 87개 중 43개(49%)가 마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인 것을 ‘콕’ 짚었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비콘그라운드(B-Con Ground)’는 수영고가교 밑에 위치한다. 다리 밑 공간을 활용해 그곳에 컨테이너 수십 개를 연결하고 위로 올려 계단을 놓은 가건물로 공간을 연출했다. 서울 건국대학교 앞에 있는 ‘커먼그라운드’가 연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쇼핑그라운드’와 공연 등을 하는 ‘플레이그라운드’로 나뉜다. 그런데 드물게 공실도 보이고 사람이 없다. 공실이 아니더라도 입점해 있는 가게들이 페인트 파는 갤러리에 염색 원단 파는 곳에 빵을 파는 베이커리 등 무엇인가 연결되거나 관련성 없는 그야말로 따로 따로 가게들이 입점해있다. ‘힙’한 것도 좋지만 힙해도 너무 앞서서 ‘힙’하다는 평이다. 이상의 3곳에 대해 지역 언론은 무조건 ‘나쁘다’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지적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림포구의 경우 ‘투입된 예산 200억이 사라졌다’고 지적했지만 접근성 개선 및 관광객들의 발을 붙잡을 ‘뱃놀이’ 상품 등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원주민과의 갈등 해소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비콘그라운드는 조성 목적이 불확실한 만큼 정체성을 채울 것을 주문했다.

위 3곳 모두는 ‘도시’이자 ‘공간’이고 부산·울산·경남의 정서와 지역적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로컬(지역)’이다. ‘도시’는 사전적으로 ‘촌락과 더불어 인간의 2대 거주형태이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활동의 중심이 되는 장소’로 정의된다. ‘공간’은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 또는 인간의 활동이 행해지는 장이나 물체의 운동이 그 속에서 전개되는 넓이’로 이해된다. ‘토지 위에 부착된 정착물’로서의 부동산들이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공간일수도 있고 그 부동산의 내부 공간일 수도 있다. ‘로컬’은 말 그대로 유니크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지역성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공간을 채우고 그런 공간으로 채워진 도시일 때 도시의 경쟁력은 살아난다. 콘텐츠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결국 ‘사람’이 경쟁력인 셈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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