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69)]경천사지 십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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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69)]경천사지 십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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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홀 역사의 길 끝에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위용을 드러낸다. 박물관의 얼굴이기도 한 석탑 주위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박물관 견학을 온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끈다. 개성의 경천사에 있던 탑으로 고려 충목왕4년(1348년)에 건립됐다.

목조 건축물처럼 보이는 이 대리석 탑은 기단에서부터 10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와 부처가 빼곡하게 조각되어 있어 화려하다. ‘불법의 세계가 저렇게 복잡하다니, 진리는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수 십 번을 보았는데 아직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정형화된 방형석탑의 세련미에 길들여진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14m에 이르는 탑을 자세히 보려고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타고 오르며 정밀한 지붕돌도 감상하고 2층이나 3층에 올라 탑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명징하게 탑을 바라 볼 수 없는 이유는 어쩌면 다른데 있다. 석탑이 건립되던 14세기는 원나라 간섭기였다. 친원파의 세도가 하늘을 찔렀다. 그들이 원나라 황실의 안녕을 빌기 위해 경천사 탑을 만들었다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많은 수난을 겪었다. 1907년 일본에 밀반출 됐다가 1918년에 반환됐다. 언론과 국제 사회의 질타가 이어지고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환 후, 한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경복궁 마당에 전시되기도 했다. 산성비로 부식된 석탑은 복원작업을 거친 후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의 길 끝에서 안식을 찾게 됐다.

국보인 경천사지 탑은 미디어파사드 영상으로 흥미를 끌고 있다. 정제된 영상이 하얀 대리석 탑을 비춘다. 부처님이 진리의 금빛 바퀴를 굴리며 우리 곁으로 오신 것을 빛의 향연으로 보여준다. 순간 머릿속이 맑아진다. 부처의 곁에 닿기를 소망한 사람은 원나라의 황실도 그 부역자도 아닌 백성들이었다. 금빛 영상아래 휠체어를 타고 온 남자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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