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마늘이 전통시장마다 쏟아지고 있다. 햇마늘을 수확하는 시기는 대개 6월쯤이어서 피서철이 시작되는 계절과 겹친다. 그래서 그런지 마트에서는 주말마다 삼겹살과 마늘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마늘을 표현할 때 ‘일해백리(一害百利)’란 말을 자주 쓴다. 특유의 냄새(一害)를 제외하면 100가지 이로움(百利)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2년 미국 <타임>지는 마늘을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타임지는 ‘마늘은 그 자체로 먹어도 좋고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해도 좋은 기능성 식품이다’고 예찬했다. 서양 속담에는 ‘마늘은 열 명의 어머니만큼 훌륭하다’란 말이 있을 정도다.
종을 뽑아야 마늘 뿌리 더 굵어지듯/ 꽃시절의 골수 뽑아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켰던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 여름날 긴 해도 짧던 그 마늘밭이/ 오늘은 바다가 된다, 주름지고 못 박힌 손/ 허옇게 센 머리칼을 적시며 출렁이는 바다.… -‘남해 마늘밭’ 일부(배한봉)

마늘이 정력에 좋다는 사실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알려져 있다. 기원전 2500년 무렵 만들어진 이집트 쿠프 왕의 피라미드 벽면에 새겨져 있는 상형문자 중에는 피라미드 건설에 종사한 노동자들에게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대 이집트 평민들의 무덤에서는 진흙으로 빚은 마늘이 발견됐으며, 어린 나이에 죽은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는 진짜 마늘이 부장품으로 출토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늘에서 나는 매운 냄새가 신비한 약효 뿐만 아니라 병마, 귀신, 호랑이까지 쫓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루마니아에서는 드라큘라가 십자가와 마늘을 몹씨 무서워했다. 실제 드라큘라의 무대로 알려진 루마니아 북부 지방에서는 부활절이 되면 새벽에 마늘로 십자가를 만들어 창문에 장식을 하거나 집안 곳곳에 마늘을 놓아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동짓날 팥죽으로 역귀를 쫓아내는 것과 같은 풍습이다.
마늘의 세는 단위는 ‘접’이다. 통마늘 100개라면 마늘 한 접에 해당된다. 통마늘을 까서 나오는 낱개 마늘을 ‘쪽’이라고 하는데, 마늘 중에서도 ‘육쪽마늘’은 최고로 친다.
여섯 쪽을 갈라/ 한쪽을 심어도/ 어김없이 육 쪽이 되는 마늘//…//약값도 안 되고, 품값도 안 되는 것을/ 육순 노모/ 해마다 심는 정은/ 쪽 떼어 묻어도/ 육 남매 살 붙어 열리기 때문일까… -‘단양마늘’ 일부(정기복)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