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전문성과 보편성, 투트랙으로 문화도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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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전문성과 보편성, 투트랙으로 문화도시 만들기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6.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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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얼마 전 모 기관에서 ‘문화도시’를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울산에서 살면서 ‘내가 문화적인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개인적 장소가 있느냐’고 물었다. 즉각적인 답변을 요구한 게 아니라 일주일간의 시간을 주고 다음 주 강의에서 답변을 받았음에도 모두들 답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다. 시·구·군 문화예술회관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북카페, 하다못해 문수사나 석남사, 반구대 등 역사유적지, 그도 아니면 태화강변, 바닷가, 영남알프스 등의 어느 지점을 꼽는, 뻔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 단 한명만 동헌에 갔을 때라고 답했다. 버젓이 문화라는 이름까지 달고 있는 공간이 도시 곳곳에 적잖이 있음에도 가보지 않았거나, 가보긴 했으나 그다지 문화적이라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울산시민들은 이렇게 마음속에 소소한 문화적 공간 하나 갖지 못한 채 비문화적으로 살고 있다. 문화를 일상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채 문화적 갈증을 느끼면서 끊임없이 다른 도시를 찾아 헤매도록 하고 있는 것이, 수십년 전부터 ‘문화도시’를 행정의 수식어로 삼아온 울산시 문화행정의 현주소다. 물론 문화행사가 늘었고 공간도 많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적잖이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울산이 문화적이지 못한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문화적 공간이나 문화행사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문화’로 한 단계 도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를 즐기는 문화’는 문화적 활동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감수성을 깨우고 그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널리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의 전파와 확대재생산으로 삶의 수준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단계를 체험하는 것이 ‘문화를 즐기는 문화’다. 이런 문화의 생활화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도시가 문화도시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나 단편적인 시설 한두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제도적 사회적으로 섬세하게 계획된 ‘문화행정’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아울러 모든 행정에 문화적 마인드가 들어가는 ‘행정의 문화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양성이 평등한 사회를 위해 성인지적 예산편성을 의무화한 것처럼 행정 전 분야에 문화적 마인드가 들어갈 수 있도록 문화인지적 예산편성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크게는 문화행정과 행정의 문화화를 통해 전문성과 보편성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하는 한편 전문성을 가진 문화행정은 그 안에서 또 세분화해서 전문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예술가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시민들이 손쉽게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문화행정에도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예술가 지원에도 두갈래가 있다. 지역예술가의 성장을 돕는 한편 외지의 이름난 예술가들이 울산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산과 바다 등 풍광 좋은 곳에 작업실을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고급문화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시민들의 문화활동 지원도 순수예술 뿐 아니라 인문학과 취미활동까지 폭을 넓혀야 한다. 특히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은퇴 후의 건강한 삶에 있어 문화활동은 필수요건이다. 문화적 향기가 넘치고 다채로운 문화활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정주여건이 좋은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 지역주민들이 살기좋은 도시는 머잖아 관광도시로 발전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도시가 모두 문화도시라는 것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문화자원 확보에 있어서는 공공과 민간, 투트랙이 중요하다. 요즘은 여행객이 몰리는 문화시설의 대부분이 민간자본이다. 규모화와 첨단화, 운영의 유연성에 있어 공공시설이 민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원주의 뮤지엄산, 커피의 고장 강릉, 동부산 아난티코브 북카페 등 모두 민간이 만들어낸 문화공간이자 관광상품이다. 울산의 빼어난 자연환경에다 문화와 예술을 입힐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공적자본만으론 한계가 있다. 공장이나 레저시설 뿐 아니라 리조트와 호텔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많은 문화사업에 민간기업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지역주민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민간 문화자원을 많이 확보하면 문화도시와 관광도시는 절로 이뤄진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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