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코로나 엔데믹과 세계일주, 세계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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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코로나 엔데믹과 세계일주, 세계무대
  • 경상일보
  • 승인 2022.06.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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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1883년 7월15일 조선이 서양 최초로 미국에 파견한 외교 사절단이 보빙사다. 미국이 파견한 특명전권대사에 맞추어 공사를 보내야 하나, 보낼 형편이 못 되었다. 미 대사의 조언대로 외교사절-전권대신 민영익, 부대신 홍영식, 종사관 서광범. 수행원 유길준, 최경석, 변수, 고영철, 현홍택, 통역 우리탕-을 보냈다. 이들은 미 대통령에게 큰 절을 했고, 처음 탄 7층 팰리스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지진으로 착각한 해프닝보다, 프라이드치킨 점심에 도전하고, 미국 각지에 견학가고, 차관, 기술 전수 및 박람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임무를 충실하고, 세련되게 수행했다. 10월12일 인사차 들른 백악관에서 아서 대통령은 군함 한척을 내주며 조선까지 타고 가라고 권했다. 세 팀으로 나뉜 보빙사 중 민영익, 서광범, 변수는 그 군함으로 세계일주하고 1884년 5월 귀국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이집트, 수에즈, 인도, 싱가포르, 일본을 거쳤다. 조선인 최초로 거의 세계일주를 한 셈이다.

1896년 고종에게 친서를 받은 ‘조선국특명전권공사’ 민영환과 윤치호 등 사절단은 4월2일 제물포 항에서 러시아 군함에 올라 서양음식을 처음 접했다. 중국어 통역관 김득련이 쓴 한시다. “천 깔린 긴 탁자에 식단이 펼쳐지고, 우유와 빵은 눈앞에 쌓여있네, 국과 고기, 생선과 채소는 차례로 제공되고, 칼과 포크, 숟가락과 접시는 돌려가며 쓰네, 철 아닌 진기한 과일 유리쟁반에 오르고, 각양의 향기로운 과일 유리잔에 가득하네, 마무리로 나온 커피 마시고 나선, 긴 회랑을 거닐며 담배를 피우네.” (‘조선 사람의 세계여행’ 230쪽) 러 군함이 상하이에 늦게 도착해 서쪽으로 가는 배를 놓쳐, 동쪽으로 가는 배로 일본 도시들을 19일 떠나 29일 캐나다 밴쿠버 도착, 기차로 몬트리올, 뉴욕에 도착했다. 5월16일 영국 리버풀, 네델란드, 베를린, 바르샤바를 거쳐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착, 기차로 20일 모스크바에 도착, 26일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석했다.

엔데믹은 새로운 단계다. 일생 버킷리스트 여행 중 세계일주도 피어나고 있다. 최초 세계일주는 마젤란이 시작했지만 그는 도중에 죽고, 그 선원들이 끝냈다. 근대까지 세계일주는 어려웠다. 배로 이동해도 몇 달 걸리고, 내륙 지역 온갖 위험요소로 여행이 아니라 탐험에 더 가까웠다. 증기선과 철도가 생기면서 개인이 세계일주를 시도했다. 한 갑부가 ‘며칠 만에 세계일주가 가능할까?’ 내기 건 게, 1873년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다. ‘시인끝페’를 타이틀로 한 젊은이가 2006년 1년간 세계일주를 떠났다. 시작은 인도, 끝은 페루. 가진 돈 다 털어 석달 준비 중 부모 설득에 두 달 필요했다고 한다. ‘영어 실력이 는다’ ‘언젠가 취업을 준비한다면 자기소개서가 풍성해진다’ ‘몸이 굉장히 건강해진다’고 설득해 그는 세계일주를 해내고 여행후기를 연재,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울산 정착은 ‘이슬람문화 수용 새로운 모델로 세계적 사건’으로, 편견과 오해를 넘어서는 다문화 수용이며 세계화의 다른 시작이다. 이를 울산이 담당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외국인 근로자들로 다문화시대를 앞서는 넓은 포용력의 도시 울산이 되기를 희망한다. 500원 옛 지폐로 조선소를 건설한 정주영 회장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김우중 회장이 기억난다. 수출입국과 중화학공업 육성과 함께 세계화에 산업도시 울산의 역할은 컸다. 엔데믹 이후 도전정신이 가득한 울산 젊은이들이 세계로 뻗어가기 기대한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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