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무신불립(無信不立)과 군주민수(君舟民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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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무신불립(無信不立)과 군주민수(君舟民水)
  • 경상일보
  • 승인 2022.06.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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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동 전 국회의원

지방선거가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이다. 김두겸 시장 당선인을 비롯한 울산의 각 단체장들의 취임식이 7월1일에 있게 되고 제8기 지방의회도 곧 개원할 예정이다.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막바지엔 몇 건의 네거티브가 등장하는 등 다소 과열된 면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울산시민의 성숙한 민주의식을 보여 준 한편의 축제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치열한 경쟁이 끝나고 승자도 패자도 결과를 인정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의 장이자 민주주의의 꽃이고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에서 시대정신을 알게 된다. 시대정신은 때로는 태풍처럼 표심을 흔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에서 배웠다.

울산의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태풍이 불었던 것은 2018년 6·13 지방선거와 지난 6·1지방선거라 할 수 있다. 6·13이 ‘탄핵의 태풍’이었다면, 6·1은 ‘보수의 폭풍’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철옹성 같던 보수의 아성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뒤집혔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시장과 구청장 군수와 시의회는 물론 구의회까지 울산의 권력지형은 완전히 뒤바뀌어 보수진영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정도였다.

4년 만에 울산의 정치지형은 180도 반전되었다.

무엇이 이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왔을까 무대의 조명이 꺼진 지금쯤 냉정하게 살펴볼 시점이다.

필자 스스로도 선거가 끝난 뒤 지역 정치인으로서, 또 경제전문가로서 성찰의 시간을 보내며 민심이란 진정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통계로만 보면 울산 북구의 성적표는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진보정치의 메카로 불리우는 북구에서, 4년 전에는 겨우 구의원 3명만 당선되는 초라한 신세였다가 이번에는 구청장과 시의원 3석 전원, 구의원 4석을 얻어 완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그렇게 자평을 할 만도 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두려움이 앞선다. 승리에 취할 시간이 없음은 민심은 바다와 같기 때문이다. 성현은 이를 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했다. 바다는 거대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난 파도는 그 배를 단번에 뒤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4년 전 처절하게 맛본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낮은 자세로 진정성있게 민중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공자는 제자인 자공에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치기를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라고 답했다. 지금의 말로는,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와 편안한 잠을 지켜주는 안보 그리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가르침은 절묘하게도 오늘날의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슬로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진영이나 후보에 따라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필자는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국민의 믿음, 시민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여겨왔다. 경제든, 안보든, 어느 하나라도 신뢰가 무너지면 존립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고사성어를 늘 새기며, 군주민수(君舟民水)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다. 당선의 영광을 안고 새출발하시는 모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시여, 백만 시민의 뜻을 잘 새기고 선거가 주는 교훈을 절대 잊지 마시기를 당부드린다. 어떠한 권력도 국민의 믿음 없이는 지탱할 수 없다. 무신불립, 군주민수.

박대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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