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9)]도라지꽃 속에 한 줌의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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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59)]도라지꽃 속에 한 줌의 하늘이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7.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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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7월로 접어들자 도라지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도라지꽃은 영어로 ‘balloon flower’이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풍선꽃’ 쯤 된다. 막 개화할 때 쯤 한껏 부풀어오른 꽃봉오리를 엄지와 검지로 지그시 누르면 ‘펑’하고 터진다. 필자는 어렸을 적 집 앞 도라지밭에 들어가 꽃봉오리를 모조리 터뜨리다가 아버지한테 혼줄이 난 적이 있다.


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물들었네// 도라지 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가/ 목축이고 지나가네//…// 꽃 입술에 물든 하늘/ 산바람이 비켜가네// 꽃송이에 담겨진 하늘만/ 산그늘에 젖어있네 젖어있네// 산속에 핀 도라지꽃/ 기다림에 젖어있네

-‘도라지꽃’ 일부 (유경환)

도라지의 주요 성분은 사포닌이다. 길경(桔梗)으로도 불리는데, ‘몸에 이로운 뿌리줄기’라는 뜻이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은 매우면서 쓰고 독이 약간 있다. 도라지는 모든 약의 기운을 위로 올라가게 함으로써 인체 내 기혈을 북돋운다. 도라지는 폐의 기능을 도와 숨이 찬 것과 기침을 낫게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도라지에 함유돼 있는 사포닌은 ‘비누(soap)’를 뜻하는 라틴어 ‘사포(Sapo)’에서 유래했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50~60대라면 귀에 익은 용각산 광고문구가 생각날 것이다. 이 용각산의 주재료가 바로 사포닌이 함유된 도라지다.

‘도라지’는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5년 동안 판매된 담배 이름이기도 하다. KT&G는 당시 기침을 멎게 해주고 가래를 삭혀주는 도라지를 판촉에 이용하기 위해 담뱃갑에 도라지 꽃을 그려넣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기는 ‘병 주고 약 주는’ 상술이었다.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 가사 중에 ‘도라지 위스키’라는 것이 있다. 혹자들은 옛날 도라지 담배에 도라지 위스키를 마셨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위스키에는 도라지 성분이 전혀 없다. ‘도라지 위스키’는 일본의 산토리사(社)에서 나온 ‘도리스(Torys) 위스키’를 위조한 것이었다. 상표법이 문제가 되자 이름을 급하게 ‘도리스’에서 ‘도라지’로 변경한 것이다.

오는 7일은 ‘작은 더위’라고 불리는 소서(小暑)다. 바야흐로 계절은 여름 한 가운데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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