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면주칼럼]누리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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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면주칼럼]누리호 단상
  • 경상일보
  • 승인 2022.07.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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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변호사

24일은 봉급날이다. 직원이 경리 장부를 들고 뭔가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들어오는 달은 적자, 웃으면서 들어오면 좀 남긴 달이다. 변호사 업은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양의 길을 걷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직원의 웃음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아마 대부분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고, 코로나19의 긴 터널이 끝나는가 싶더니 물가·금리·환율이 다락 같이 뛰고 증시는 추락하는 경제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신냉전 등 외부적 요인을 꼽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해진다.

이런 와중에 한줄기 시원한 소식은 누리호 발사였다. 지난 6월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2차 발사에 성공했다. 현재 지구 700㎞ 상공을 선회하면서 각종 우주기기의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불기둥을 뿜으며 창공을 가로지르는 모습만으로도 한잔의 사이다가 되었지만, 나라의 인재들이 모름지기 각 분야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청량감을 더해주었다.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향상시켜 온 것은 과학 기술의 힘이 8할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발사체는 보이저 1호와 2호이다. 보이저 1호는 1977년에 발사되어 태양계를 지나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를 탐색 중이다. 지구로부터 약 230억㎞ 떨어져 시속 6만㎞로 비행 중이다. 인간이 관측 가능한 우주의 끝이 대략 460억 광년(4400해㎞)이라 하니 아직 인간은 우주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항공우주국은 명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제안을 수용해 보이저 2호가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벗어날 무렵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촬영했다. 이 사진 상의 지구는 ‘창백한 푸른 한점’에 불과했다. 칼 세이건은 “저 점이 바로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속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들이 (중략) 저 티끌 같은 작은 점 속에서 살았습니다”라고 하여 인류의 절대적 자만에 대한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푸른 점 위의 수많은 종교와 이념들은 모두가 인간의 존엄한 삶을 추구해 왔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류의 역사는 종교와 이념 간의 갈등으로 수많은 피를 뿌려 왔다. 현재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념 대결의 극단에 있는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수 없이 벌어져 왔다. 작금에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수역에서 사살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전 정부가 월북으로 단정해 대충 넘기는 바람에 아직도 유족들의 애타는 절규만 있을 뿐 명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고인이 왜 바다에 뛰어들었는지, 어떻게 조류를 거슬러 약 38㎞로 떨어진 북한 수역으로 들어갔는지, 북한은 왜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고 소각까지 했는지, 당국은 이러한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김정은의 사과문은 어떤 경로로 전달되었는지, 고인을 월북자로 단정한 저간의 사정은 무엇이었는지, 등등을 밝혀서 이념의 벽 앞에 무고하게 희생된 고인의 넋을 달래는 것이 문명국가의 기본 책무일 것이다. 북한은 표류하는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고 소각해 동족 간의 인도주의적 의무마저 쉽게 저버렸다.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고 공존의 방식을 찾아야 할지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엄습하는 경제위기 속에 새 정부에 대한 평가도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야박하기만 하다. 전 정부가 구축해 놓은 진영주의 영향도 크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전 정부의 실각 요인이 된 ‘내로남불’의 비판이 또 고개를 든다는 것이다. 아마 기대만큼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전 정부의 실정에 기댄 인기몰이가 아닌 과감한 정치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갈망이다.

무덥고 답답한 현실을,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칼 세이건의 말로 마무리한다. ‘작은 생명체로서의 우리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우주의 광대함을 견딜 수 있다.’

신면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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