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9봉을 완등하고 메달을 받은 사람이 2021년에만 3만3477명이다. 한번 방문으로 1개 봉우리만 올랐다면 연인원 30만1293명이다. 한번 방문에 평균 2개의 봉우리를 올랐다고 해도 약 15만명이다. 9봉을 완등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까지 합치면 방문객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울주군이 영남알프스가 울산의 관광자원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은화지급이라는 이벤트를 시작,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울산시 울주군은 지난 2020년 8월 영남알프스 9봉을 완등한 등산객에게 순은으로 만든 기념메달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영남알프스는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높이 1000m급 9개 봉우리가 잇달아 있는 산군이다. 이 가운데 7개 봉우리의 정상이 울산시 울주군에 주소를 두고 있다. 9개의 산봉우리가 모두 울산에 있지 않고, 등산객들이 모두 울산에서 입·하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덕택에 울산과 울주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틀림없다. 울산의 산악자연환경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다른 관광지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앵커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관광수익 증대에 대한 정확한 조사자료가 없긴 하지만 관광인구의 저변확대에도 기여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2월 밝힌 남부권관광개발구상에도 에코마운틴영남알프스프로젝트가 들어 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한 이순걸 군수는 은메달이 아닌, 제작비(5만2000원) 정도에 해당하는 지역화폐 지급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후보시절부터 밝혀왔다. 이 때문에 영남알프스 등산객 증가가 뒷걸음질을 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년여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비로소 성과가 나타날 무렵에 이른 이 사업의 성공 포인트는 은메달이다. 은은 변함이 없는 보석으로, 누구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기념품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방문후기를 검색해보더라도 은으로 만든 화폐 또는 메달이라는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음이 분명하다. 지역화폐 5만~6만원 받자고 1000m 이상 9개 봉우리를 오를 사람이 있겠는가? 은메달 대신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지역화폐 지급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메달 지급은 애초에 10년으로 계획했지만 추이를 보고 줄여도 상관없다. 다만 아직은 폐기할 때가 아니다. 9봉이 아닌 주소지가 울산인 7봉만 대상으로 삼든가, 입·하산을 울산에서 했다는 증명을 추가하는 등의 전략 수정으로 지역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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