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와 UNIST가 11일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근래들어 의과학자 양성 방안들이 보건복지부와 의과대학,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등에서 곧잘 거론돼 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의과학자를 의료기술과 서비스 향상을 지원하는 과학 분야 인력으로 한정해왔다. 그런데 이번 울산대와 UNIST의 협정에서는 ‘공학적 관점에서 기술혁신을 주도할 의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기서 말하는 의과학자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와 의료기술을 기발하는 의공학자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명문 의대를 가진 울산대와 의료공학 분야 강점을 가진 UNIST가 융합하게 되면 의과학과 의공학은 물론 의료산업 분야까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두 대학은 국내 최초로 예과-본과-대학원의 전주기적 의과학교육인 ‘한국형 HST’(Health Science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HST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하버드의대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운영은 내년 2학기부터 시작한다. 울산대 의대생들은 메디컬AI, 재생재활공학, 게놈공학 등 의사과학자(MD Medical Doctor)HST트랙을 UNIST에서 공부하고, UNIST학생들은 해부학 등 의공학자(ME Medical Engineering)HST트랙을 울산의대에서 배우게 된다.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최고의 인재 3000여명이 의대에 입학한다. 그럼에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의료서비스 등 미래 의료를 이끌어갈 의과학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국의과대학 등에 따르면 국내 26개 의대에서 최근 5년간 배출한 의사과학자는 108명에 불과하다. 의대생들은 고액 연봉의 의사가 되려고 할 뿐, 질병연구나 치료기술 개발, 의료산업 분야로 진출하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과 열악한 연구환경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 사회가 의과학자를 의료기술·서비스향상을 지원하는 인력으로 한정해온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UNIST와 울산대의 이번 협력은 이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다. UNIST는 공학과 자연과학 등 10개 분야 전공이 참여하는 의과학원을 개설해 기존 임상분야에 한정된 의과학자가 아닌 국내 최초의 공학기반 의사과학자 교육모델을 확립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의료분야는 학문과 산업이라는 두바퀴로 굴러가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시일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UNIST의 의과학대학원 설립과 울산대 의대의 울산 이전 또는 정원확대를 통한 제2캠퍼스 설립이다. 바이오헬스시장이 반도체시장 보다 크다고도 한다. 울산대와 UNIST에 의한 바이오헬스산업이 울산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정부와 울산시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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