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만 해도 8월 ‘전세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지역 내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전셋값이 크게 뛸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전망은 힘을 잃었다. 오히려 전세 매물이 쌓이고 가격 흐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다만 여전히 울산지역 전셋값은 높은 수준이고, 월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월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울산지역 아파트 월세평균가격은 63만5000원으로 새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년전(2020년 5월 50만5000원)보다 2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200만원대의 고가 월세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전세 제도가 소멸되고, 본격적인 ‘월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가 급증하면 서민 주거 불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세 제도가 없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월세가 일반화됐고, 일부 국가에서는 살인적인 월세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선 살인적인 월세가격에 못견뎌 집을 포기한 젊은 세대들이 ‘내로우 보트’라는 대안을 택하기도 한다. 배 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선 컨테이너나 텐트, 자동차 등 이동식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균 1760달러(213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프랑스에서는 ‘하녀방’이 가난한 젊은이들의 주요 주거수단으로 자리잡았다. 9㎡(3평) 크기의 쪽방인데, 소설 ‘소공녀’의 주인공 새라 크루가 하녀로 전락했을 때 머문 다락방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근의 일본 도쿄에서는 비싼 월세로 인한 호텔 장기숙박이 또 다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지역과 비교하면 울산지역 평균 월세는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새임대차법 도입 이후 월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올해 상반기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기점이 도래하면서 계약 갱신 만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월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상생 임대인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새 정부들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안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전세’와 수백만원대의 ‘고가월세’가 속출하는 현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애매한 당근책보다는 좀 더 촘촘하고 체계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석현주 정경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