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정책의 유지(維持)와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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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칼럼]정책의 유지(維持)와 단절
  • 경상일보
  • 승인 2022.07.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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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울산시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이 모두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기존 단체장들이 추진했던 정책들 중 일부는 그대로 추진되기도 하겠지만 상당수의 정책들이 중단되거나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지방정부할 것 없이 리더십이 교체되면 기존 정책의 재검토는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변동(policy change)의 추진은 나름대로 합리성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적실성과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가지 정책을 살펴보자.

우선 ‘부울경 메가시티’를 보자.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정부 간의 협력체제 구축이 제도화되었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위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부울경 메가시티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적 발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신임시장은 부산과 경남에 비해 울산에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메가시티 추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전임시장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추진하면서 울산시민들의 충분한 동의와 지지를 구하는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발전의 기본은 개방과 협력이다. 이른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울산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벗어나 부산, 경남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 또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방정부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중앙의 지원이 없어서 메가시티를 중단한다는 것은 메가시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마침 부울경 단체장 모두 여당 소속인 만큼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울산에 필요한 사업들을 발굴해 나가면서 메가시티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보자. 이것은 역대 시장들의 최대 현안 중의 하나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야 하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울산시민의 식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운문댐에서 물을 끌어 오는 수밖에 없다. 단순한 문화재 보존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식수 관련 이슈이고, 관계되는 기관들이 중앙, 지방 등 여러 곳이라 이들 간에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다행히도 울산시를 포함한 정부기관들 간에 합의가 도출됐으며, 최근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공급하는 관로공사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드디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현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를 문화재청에 맡기고 울산시는 이에 협조하겠다는 다소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국가문화재인 만큼 문화재청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비단 문화재뿐만 아니라, 지역의 이슈를 중앙에 제기해 지원과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당연한 책무의 하나다. 암각화 보존을 문화재청에 일임하지 말고, 기존의 물공급에 대한 합의가 차질 없이 준수되도록 요구하고, 관로공사도 가급적 시기를 앞당겨서 완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정책이 한 번 결정되고 집행되면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시장 교체와 함께 정책이 변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정책변동은 오히려 정책혼란이나 정책표류(policy drift)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 평가와 시민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기존 정책의 승계와 단절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검토를 진행하기 바란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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