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5일부터 중구 원도심 문화의거리 일원에서 ‘2022 문화의거리 현대미술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시작부터 지금(From Now to Now)’ 주제로 4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올해는 다소 생소한 텍스트 큐레이션의 작업도 선보인다. 관람객을 만나기 위해 현장에서는 작품 설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문화의거리 현대미술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을 소개한다.
별에서 관찰한 지구의 모습
◇김태동 ‘PLANETES’
김태동 작가는 ‘PLANETES’ 연작을 통해 천체 중심에서 별을 관찰하던 것에서 별을 중심으로 지구를 관찰하는 새로운 관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자연 중심의 사고로 확장된 개념의 사진을 전시한다. 적도의라는 장비를 장착한 카메라로 촬영, 적도의가 별의 자전 궤적을 추적할 때 땅에 있던 모든 것들이 별의 이동 궤적만큼 흔들려 긴장감과 시간성이 드러남을 느낀다. 고정된 별과 대비해 촬영된 작업은 정지된 수많은 별이 실은 다른 시간이 모여 한순간이 된 것처럼 흔들린 역사의 흔적 속에서 문명의 시간을 되돌려본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이우성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한 노래’
중구문화원 태화어울마당에서 선보이는 이우성 작가의 걸개그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그린다. 캔버스, 천 그림, 애니메이션 등 여러 회화적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슬퍼하고 분노하는 공통의 경험을 작가적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한 노래’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열두 명의 사람들은 표정, 옷차림과 같은 차이를 통해 여러 세대를 대표한다.
NFT에 대한 은유적 비판
◇박솔아 ‘NFT’
박솔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NFT에 대한 은유적 비판을 말한다. 5㎝×5㎝의 작은 크기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캡슐에 넣어 관람객들이 코인을 이용해 뽑기기계에서 캡슐을 넣으면 6분의 1의 확률로 관람과 함께 작품 소장도 직접 할 수 있다. 뽑기기계에 사용되는 코인은 현대미술제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을 통해 얻으면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보기 노동’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상품과 노동의 가치
◇손혜경 ‘일반적 등가형태-동일성 없는 차이’
손혜경은 사회에 나타나는 인간 사이의 문제에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모순이 반영돼 있다는 개념 아래 이 체제가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조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상품에 대한 그림자를 통해 자본주의 상품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작가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상품이 되고 그것들이 화폐로 획일화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조형화했다.
사냥하며 겪은 경험 녹여내
◇이노우에 아미 ‘눈빛을 겨누다’
작가는 일본 미야기현 출신의 사냥꾼이다. 작가가 실제 사냥하면서 겪은 경험을 녹여낸 작업은 사냥을 테마로 한 여타의 작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작가는 사냥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문화기술지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냥꾼의 생활을 기록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 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냥 후 고기와 가죽을 다루는 장면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화 이면 인간모습 희화화
◇임노식 ‘Sand sledding slope 05’
작가는 자연에서 관찰한 인위적인 상황과 흔적을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작업을 통해 10년여의 관찰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급격한 발전 과정에서 사라진 동식물 등 멸종위기종과 산업화의 생산물 속에 처박힌 인간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희화화해 표현했다.
박성환 현대미술제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과거의 사건들을 동시대 시대감각을 가진 작품을 통해 재구성해 보여주는 작업이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인 울산에서 인간 중심의 근대화 발전 과정에서 놓치게 되는 것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2 문화의거리 현대미술제는 오는 15일 오후 6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이어진다. 서정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