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교사는 1학기 생활기록부 마감, 성적 산출, 각종 사고 예방, 창체 교육 등 여러 고비가 남아있지만 방학을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낸다. 학생들도 무슨 활동을 하며 보낼지 생각하며 방학식만을 기대한다. 학창시절 달콤했던 방학, 그 중에서 초등학교 방학을 살펴보자.
아주 옛날에는 방학을 농사일로 보내는 학생이 많았다. 노동력이 소중했던 농업시대라서 농사일을 많이 하는 학생이 효자였다. 60대, 70대 어르신의 방학 얘기를 들어보면 잡초 뽑기, 열매 따기, 새 쫓기, 소 여물 줬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던 1979년에 전천후 방학숙제 전용책 탐구생활이 나왔다. EBS 전신인 KBS-3 라디오를 들으며 탐구생활을 하루하루 채워나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개학 직전에 몰아서 숙제했던 학생이 대다수였다. 수수깡, 나무젓가락 등으로 만들기 숙제가 많았다. 이렇게 20년간 국민학생 또는 초등학생과 함께한 탐구생활은 1998년 사라졌다. 생명존중 문화가 확산되어 곤충 채집 또한 없어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민학생과 초등학생을 괴롭히는 방학숙제는 일기다. 이유는 첫째, 몰아쓰기 자체가 불가능하고 밀리면 복구가 안된다. 둘째, 날씨가 기억나지 않는다. 당일 쓰는 일기조차 날씨가 바뀌면 고민이 되었다. 맑았다, 흐렸다, 비왔다, 개는 날에는 어떻게 표시할 지 난감하다. 일기를 많이 쓴 학생은 큰 박수를 받았고, 난중일기를 쓴 이순신은 더욱 존경을 받았다.
초등학생은 미술 시간에 ‘방학 계획표’를 만든다. 콤파스로 원을 그리고, 시간별로 계획을 적어넣는다. 6시 기상, 아침운동, 오전공부, 저녁공부, 22시 꿈나라 등 올바른 내용만으로 채운다. 도화지 아래에는 ‘시간은 금이다’ ‘반드시 지키자’ ‘방학을 알차게’ 등 명언을 적는다. 집으로 가져가서 문짝에 붙이는데, 실천여부는 모두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개학이 다가오면 초등학생들은 밀린 숙제를 하느라 비상이다. 덕분에 같이 바빠진 사람이 있으니 바로 엄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기에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들이 방학숙제를 해결하고 있다. 예전에 자녀의 방학숙제를 해결한 관록이 손주 앞에서 빛난다.
벼락치기 방학숙제를 들고 개학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기다릴 것이다. 방학 때 뭐 했는지 얘기하느라 학교가 시끄러울 것이다. 요즘은 코로나가 다시 확산중이고, 원숭이 두창까지 생겼다.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방학을 마쳐야 학생들은 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올해 방학·개학 이후에도 즐거운 얘기만 나오도록 방학 중 사고가 없기를 바라본다.
김경모 대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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