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인상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p 올리는 ‘빅 스텝’을 밟은 것이다. 금통위가 이처럼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빅 스텝으로 인해 이자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사이 서민과 취약계층, 중소기업들은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한 각오 없이는 이번 경제위기 국면을 절대 돌파할 수 없다. 특히 새 정부는 취약지대를 면밀히 분석해 계층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 빚과 중소기업 대출금이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2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번처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난다.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50%p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엄청나게 커진다.
기업들도 충격을 받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0.50%p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늘어난다. 특히 중소기업의 이자 증가액은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은행대출을 받아 생산시설을 확충한 울산지역 내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중은 늘었는데 높은 원자재 가격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 이자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도 계속 뛰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가경제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권력 다툼에 바쁘다. 가계가 흔들리고 중소기업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데 아직 제대로 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가도 잡고 취약계층도 보호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진퇴양난의 복합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한 뜻으로 똘똘 뭉쳐 지혜를 끌어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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