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세계, 애초 부지매입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구성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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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세계, 애초 부지매입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구성 내놓아야
  • 경상일보
  • 승인 2022.07.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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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울산혁신도시에 82층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을 새롭게 내놓았다. 말이 복합쇼핑몰이지 오피스텔이 대부분이고 상업시설은 3개층에 4만3000㎡에 불과하다. 부산센텀신세계 면적은 14만762㎡이고 동대구역신세계는 10만3000㎡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밝힌 계획에서는 건물의 높이가 49층이고 상업시설은 5개층 이상에 4만3000㎡이었다. 건물의 층수는 33개층이 늘어났다. 상업시설의 면적은 그대로인데 층수는 3개층으로 줄었다. 오피스텔을 대량으로 지어서 분양수익을 챙기겠다는 속셈이 더 커졌다. 지난 5월에 그룹차원에서 발표한 향후 5년간 투자계획안에서 울산혁신도시 쇼핑몰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가 혁신도시의 특별계획구역 2만4332㎡를 매입하고 중구청과 백화점 건립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2016년이다. 백화점과 쇼핑몰, 오피스텔로 계획을 변경해가며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루는 바람에 혁신도시 상업지역의 상권이 붕괴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혁신도시 특별계획구역을 신세계에 매각한 이유는 백화점이라는 문화적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상업지구가 활성화하고 정주여건도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일단 중구청은 신세계의 계획에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82층짜리 건축물이 들어서면 높이가 남산타워(236.7m)보다 높은 300m나 되므로 랜드마크가 된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사적공간이 대부분인 건물이 랜드마크가 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울산에서 가장 높은 태화강엑소디움도 54층이나 되지만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적 주거공간이 대부분인 주상복합건물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랜드마크가 되려면 빼어난 외관은 물론이고 공공성과 정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건축물 전체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저 높은 건물일 뿐이다. 오히려 무작정 높기만 한 건축물은 주변경관을 해치는 시각공해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제 지역주민들도 백화점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시대적 흐름이나 경제성을 고려해서 복합쇼핑몰까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지의 원래 용도가 특수계획구역인만큼 백화점에 준하는 문화·편의·상업시설의 규모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너무 오랫동안 끌어온 탓에 뭐든지 빨리 짓기만 하라는 일부 주민의 요구도 없지 않지만 우리는 정주여건을 고려해서 더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결정을 해야만 한다. 고층건축물은 한번 들어서면 절대 돌이킬 수 없다. 울산혁신도시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조성됐음에도 편의·문화시설 부족으로 인해 정주환경이 미흡한 도시로 꼽힌다. 그 적잖은 책임이 신세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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