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7월15일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한 날이다. 울산은 1962년 1월27일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뒤 곧이어 6월1일 울산시로 승격했다. 다시 35년 만에 광역시로 또 한 차례 승격, 오늘이 25주년이다. 광역시의 역사만 해도 어느덧 사반세기에 이르렀다.
울산시가 광역시 승격 25주년을 맞아 내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기적과 같은 결과가 수두룩하다. 울산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8년 26조6630억원에서 2020년 68조6114억원(전국의 3.5%)으로 2.6배 증가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606만원에서 6020만원으로 2.3배 늘어났다. 전국 1위를 유지하며 ‘부자도시’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구는 광역시 승격 해인 1997년 101만3070명에서 올해 5월 113만3551명으로 11.9% 증가했다. 4곳이던 공공도서관은 현재 19곳이나 된다. 시립미술관도 생겼다. 병원은 666곳에서 2020년 1382곳으로 증가했다. 가구당 보유 차량은 1.2대로 조사됐다. 울산 재정 규모는 결산 기준 1997년 1조5294억원에서 2020년 7조8006억원을 기록해 5배 증가했다.
25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하지만 결과적 통계에 도취될 시점은 결코 아니다. 최근 몇년간 하락세가 심상찮다. 수출 1위 도시의 자리를 내준 지는 오래다. 2011년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 뒤로 후퇴를 거듭해 지금은 경기, 충남에 이어 3위로 하락했다. 인구도 2015년 11월 120만640명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0.8%로 5만1942명이 감소했다.
세계적 경기침체 탓이라거나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원인이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신성장동력의 발굴은 시급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경제성장 일변도로는 울산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을 끌어들이거나, 붙잡기가 쉽지 않다. 교육·문화·의료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주민들의 삶의질 향상과 정주여건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경제와 문화의 불균형이 심각한 울산으로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공단조성이나 기업유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로운 사반세기를 향한 엄청난 변화가 절실한 시기다. 마침 김두겸 시장이 새로 취임했다. 새 시장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시민들은 광역시 승격이나 태화강생태하천과 같은, 하나의 어젠다로 전 시민이 한마음이 돼 성과를 일구어낸 성공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난날의 영광을 되살리려 해서도 안 된다. 도시를 구성하는 세대의 사고방식이 달라진 만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생활·문화공동체를 추구할 수 있는 어젠다가 필요하다. 변화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반세기를 꿈꿀 수 없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