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법관을 늘려야 서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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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법관을 늘려야 서민이 산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7.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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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국민의 권리보호에 있어 법원의 판결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인류의 발달과 재판의 역사는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뿌리가 깊다. 평범한 민중은 재판이라 하면 보통 형사재판을 떠올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이나 거열형을 비롯한 온갖 끔찍한 고대 중국의 형벌선고는 사라졌다. 하지만 나라가 소송천지로 변했는데,‘법 없이 살고 싶다’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 안 가고 살 수 있을까.

조선처럼 왕권절대 시대에는 심판이 형평을 잃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처럼 주리를 트는 ‘이실직고’의 자백만을 받는 방법으로만 사건을 해결하지 않았다. <심원록> 등을 읽어 보면 봉건시대치고는 점수를 줄 만한 사례도 상당하다. 비록 기소와 판단이 분리(탄핵주의)되지 않고(규문주의), 도덕과 법률의 경계도 모호하였으며, 재판진행절차에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 그래도 왕이 최고 재판관이 되어 대명률과 증거에 의해 나름 최선을 다해 심판을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봉건제 재판에서 법치주의의 핵심인 소수자 보호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민(庶民)이 기대하는 것은 공정, 다시 말하여 권력, 명예, 재력 및 영향력을 배제하고 오직 ‘법에 의한 심판’을 받는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사건 수와 양에 비해 판단권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관정원은 3214명(각급법원판사정원법 제1조)이고, 검사정원은 2292명(검사정원법 제1조)이다. 남소의 방지도 아주 중요한 덕목이긴 하다. 국민들은 긴요하게 판단받아야 할 때만 고소, 고발과 소 제기를 해야 한다. 법관과 검사가 사회의 공기(公器)임을 인식하자. 그래야 사건의 지체와 오판을 줄일 수 있다. 국가는 재판청구권을 가진 국민의 소송남발에 대하여 뾰족한 방책은 없지 싶다. 판단을 해 봐야 남소인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국회와 법원은 꾀를 내어, 소송촉진에관한특례법(소촉법), 소액사건심판법, 재판부구성의 변형, 심리불속행 등을 고안하였다. 소촉법상 지연손해금에 대한 법정이율을 올리고(현재는 연12%이다.) 항소심은 1심의 1.5배, 상고심은 2배의 인지대를 물리며, 3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은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이행권고를 하거나 독촉절차라고 해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지급을 명하는 제도도 있고, 상고심의 경우 심리를 불속행하기도 한다.

제도의 핵심은 사물관할(사건의 크기에 대한 담당법원)과 심급(1,2,3심)에 따라 관련인에게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의 기준인 3000만원은 과연 적은 돈인가?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면 위법부당성을 어찌 찾는가. 심리불속행 이유가 법률심에 배치되는 것 뿐인지도 궁금하다. 사건의 경중이 소가에 비례하는지도 의문이다. 약식명령의 정식재판(소위 고정사건)과 소액사건이야 말로 서민의 애환이 배어 있다.

국회와 법원의 남소방지대책은 본질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니다. 첫째,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의 대폭적인 증원이 필요하다. 둘째, 검사와 법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사건의 심리와 판단에 숙련도가 높은 분들의 ‘전관예우’를 위한 퇴직을 방지하자. (필자는 미국 법관에 대한 우대가 미국 법원의 신뢰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셋째, 법원·검찰 시설의 개선도 시급하다. 사법 시스템이 후진이라면 어찌 좋은 결정과 판결을 기대하겠는가. 이 나라에 서민(庶民)의 법과 적민(嫡民)의 법(‘One law for the rich, one law for the poor.’)이 따로 존재해서는 아니된다. 소가와 상관없이 모든 판결에 이유가 기재되고, 모든 상고심의 심리가 속행되어야 한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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