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연꽃에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빗물이 푸른 연잎에 고여/ 흰 구슬을 만들고 있다오// 구슬 천 말 만 말 만들어 연못에 쏟아 붙느라/ 시골집 작은 연밭은/ 장마철만 되면 바쁘다오. -‘여름 연밭’ 전문(공광규)
장맛비가 시도때도 없이 오는 계절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이 맘 때가 되면 필자의 동네 연못에는 연꽃이 피곤 했다. 빗물이 제 무게를 못 이겨 연잎을 타고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해 한 참 동안이나 지켜보곤 했다.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다. 연꽃은 10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離諸染汚,이제염오),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으며(不與惡俱,불여악구), 시궁창을 향기로 채운다(戒香充滿, 계향충만). 또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本體淸淨, 본체청정).
연꽃은 불교의 ‘진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가르침을 전한 염화미소(拈華微笑)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진리’를 나타낸다. 불교의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며 진리를 설파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주돈이는 연꽃이 세상의 모든 꽃 중에 군자라고 칭찬했다. 그는 자신의 글 ‘애련설(愛蓮說)’에서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매우 사랑했다/ 나 홀로 연을 사랑하노니/ 연꽃은 진흙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고 밖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리서 더욱 맑고/ 물 가운데 꼿꼿이 서 있어…’라고 읊었다.
진흙 밭에 빠진 날, 힘들고 지친 날/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그만 자리에 눕고 싶은 날/ 연꽃 보러 가자, 연꽃 밭의 연꽃들이/ 진흙 속에서 밀어 올린 꽃 보러 가자/ 흐린 세상에 퍼지는 연꽃 향기 만나러 가자/ 연꽃 밭으로 가자, 연꽃 보러 가자/ 어두운 세상 밝혀 올리는 연꽃 되러 가자/ 연잎 위를 구르는 이슬 만나러 가자/ 세상 진심만 쌓고 쌓아 이슬 되러 가자/ 이슬 되러 가자/ 눈도 흐리고 귀도 막혀서/ 자리에 눕고 싶은 날. -‘연꽃 밭에서’ 전문(이건청)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