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태화강역이 갖는 도시적 의미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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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태화강역이 갖는 도시적 의미에 관해
  • 경상일보
  • 승인 2022.07.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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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

얼마전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남부선을 타고 울산에 온 적이 있었다. 사실 해운대로 지하철 타고 와서 시외버스를 타고 울산오는 길이 익숙하긴 했지만, 태화강역을 사용해보지 못해서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내가 탄 무궁화호 열차는 부전역을 출발해 동대구역으로 연결되는 기차라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태화강역에 내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동대구까지 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었다.

지방의 쇠퇴를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메가시티 구축과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건설된 동해남부선 철도가 메가시티에 속한 지역에 미칠 영향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금처럼 태화강역이 동해남부선의 하나의 역 정도로 그 위상이 자리잡을까 걱정된다. 올해초 한국도시설계학회 부울경지회 울산도시재생 심포지엄이 울산에서 열려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발표주제 중 영국 철도역세권개발 사례를 들어 태화강역세권 복합개발의 필요성에 관해 발표한 김성준 건축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인에게는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매 새학기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배웅하는 역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킹스 크로스역은 건축도시 전문가들에게는 역세권 복합 도시재생 사례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역세권 개발의 성공사례의 답사지를 갈 때, 제일 먼저 해리포터 이야기로 설명하면 훨씬 좋아하고 꼭 사진 찍고 가는 장소이다. 킹스크로스역은 역세권 개발 이전에는 런던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도심내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다소 낙후된 지역이었다. 킹스크로스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오랜 기간 재생 및 재개발 과정을 통해 지금은 런던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변모된 사례다. 거기에는 런던의 디자인 대학이 옮겨오고 대기업이 참여하고 지역 상권이 참여했으며, 각종 트렌디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도심 내 고질적인 문제인 신축주거를 제공해 다양한 시민의 바람을 충족해주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대한 기대가 다시 부상되고 있는데, 이 또한 낙후된 용산 역세권 재개발을 통한 도심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또한 노량진 옛 수산시장과 노량진역 주변을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드’ 처럼 복합개발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혁신적 디자인의 건축물로 뉴욕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된 허드슨 야드는 맨해튼 서쪽의 낡은 철도역과 주차장의 상부에 데크를 깔아 지하는 상업용 쇼핑몰과 지하주차장, 지하철도 및 도로를 건설하고, 지상에는 외부 공공공간을 만들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도심 공원 공간과 지상에 가까운 순으로 상업, 문화, 업무, 그리고 주거 및 숙박시설을 만든 철도부지를 활용한 입체복합개발로 현재에도 계속 진행중에 있는 프로젝트다. 이처럼 도심에서 주요한 교통망인 철도역 공간의 입체화 및 복합화를 통한 혁신적 도심개발과 연계된 도심 공간 재구조화가 미치는 영향은 그 도시의 활성화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울산의 태화강역으로 돌아와 주변을 살펴본다. 울산 남구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남구, 중구, 동구, 북구 그리고 울주군까지 접근이 좋은 위치에 뒤로는 산업지를 배경으로 한 넓은 대지가 있다. 우리는 태화강 역세권의 주변을 어떤 비전을 가지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저 대기업의 또 다른 공장을 지어 자동화되어가는 산업단지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울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선진 사례들처럼 새로운 복합공간을 개발해 외부로 유출되는 근로자들의 주거를 다시 울산으로 끌어들이고 ‘노잼도시 울산’이라는 오명을 벗고 젊은이들이 머물고 즐기고 배우고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심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울산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건축 도시 전문가로서, 태화강 역세권 개발이 갖는 도시의 미래에 관해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 한 번쯤 다시 생각하고 같이 울산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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