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있는 서점. 한쪽에서는 뜨개질과 명상을 즐기고 한쪽에서는 독서토론을 하며 또 다른 곳에서는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해주기도 하는 특별한 동네 책방. 이 작은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우정과 연대, 성장을 그린 소설을 읽으며 나는 우리 학교가 떠올랐다.
매일 학생보다 일찍 출근해 교실을 정돈하고 반갑게 학생들을 맞이하는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찾는 선생님, 대학을 갓 졸업한, 아이들 틈에 있으면 마음 맞는 친구가 되는 순수한 선생님, 맛난 한 끼를 위해 날마다 불 앞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조리실무사님, 교문을 드나드는 누구에게나 다정한 인사를 건네시는 배움터 지킴이선생님, 예의 바르고 성실한 학생들까지! 모두가 이다지도 자기의 자리에서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들이 있는 이 학교는 하루하루가 참 감동적이다.
메이커톤 행사가 한창인 학교는 늦은 밤까지 환하다. 선생님들은 주말을 반납한 채 학생들에게 상상이 현실이 되는 값진 경험을 선사한다. 1학기 내내 학교를 무한상상실로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해 온 선생님들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하다. 몸은 힘들어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는 선배교사의 말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행사 후, 다들 호되게 앓아누울 테지만 방학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또 모여 내년 행사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울 것이다.
각종 행사뿐 아니라 수업, 평가 등 원활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교 구성원 모두 부서별, 교과별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일들도 다 이루어진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리더십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는 관리자와 예산 지원에 적극적인 행정실,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모여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력한 덕분이다. 일이 많아 힘들고 지치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어 두렵지 않다. 일을 하며 사람도 얻는 경험을 자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소설 속 주인공은 건강하게 일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한다.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며 살고 싶어 동네 서점을 열게 되고 “일은 밥 같은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내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에 영향을 끼치는 밥”을 정성스레 먹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설 속 동네 서점처럼 서로 의지하고 성장하는 따뜻한 공동체가 있다.
나는 여기, 즐거운 우리 학교에서 일을 한다. 아니 밥을 먹는다. 식구(食口) 같은 멋진 사람들과 매일 맛있게 밥을 먹는다.
황희선 화봉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