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제를 또다시 이야기하는게 미안할 정도지만, 현실이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6차 대유행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지만 3~4월을 제외하면 이전 4차들이 언제였는지는 생각도 잘 안 날 정도다. 물론 재유행이 가을 즈음에 있을 수 있다고 예견은 되어왔었지만, 단지 안 왔으면 한 게 온 것이고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바람이 틀어져서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취하는 방역정책은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고위험군 시설 위주로 방역을 하며, 점진적으로 병상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전부터 병상 확보의 선제적 필요성 등을 이야기해왔기에 현재의 방역정책에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에 몇 달 전 크게 유행했던 바이러스가 오미크론이었다는 것 역시 정말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BA 바이러스는 그 하위 변이라서 치명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된 일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다 빼고 한없이 객관화시켜보면, 3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이 과정은 종 대 종의 대결에 가깝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감염된 숙주의 행위를 통해 전파되어 존재를 유지한다. 그 대상이 되는 우리 인간에겐 이 바이러스는 신체에 해를 주는 질병이므로 방역행위와 치료행위, 백신 등을 통한 항체 강화로 막으려 노력한다. 생멸주기가 짧은 바이러스는 그럼 또다시 여러 가지 변이를 일으키는데 그 가운데 치료제와 백신을 우회할 수 있는 종이 살아남아 확산된다. 이렇게 양측의 시소게임은 지속된다.
보통 무언가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종이 있다면, 그 종은 기생대상에 자신의 종을 더 많이 퍼뜨리기 적합한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그리고 많은 유사한 질병의 경우 대체로 전염성은 더 크게, 치명율은 더 낮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전염성이 커지는 것은 숙주의 항체를 우회하도록 변하기 때문이고, 치명율이 낮아지는 것은 기생해야 하는 숙주가 죽게 된다면 더 이상의 전파는 없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에 맞춰지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많은 사례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이런 지향성을 갖고 있다. 물론 바이러스가 어떤 의도나 지각을 가지고 그러는게 아니라 그저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원리에 따라 그런 지향성을 갖게 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율은 비슷하거나 점점 낮아지는 방향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결의 미래 결과는 아마도 적당한 단계에서의 ‘공생’이지 않을까. 독감처럼 연초에 그 변이를 분석해 백신을 만들어 한두번의 백신접종으로 1년을 예방하는 등 그리 심각하지 않은 풍토병이 될 수 있다.(독감 백신은 매년 그 성분이 조금씩 다르다) 지금의 유행은 그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고착화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이 유행이 끝나고 특별한 다음 유행이 없을 수도, 또 규모가 작은 유행이 몇차례 더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봤을 때 다행히도 그 강도는 점점 낮아질 듯 하다. 물론 생물학은 변수가 많기에 엄밀하고 무조건적인 수학 법칙과는 다르다. 간헐적으로 치명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울산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지난 6월9일에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이 종합병원 중 마지막까지 코로나 중등증 병상을 유지하다가 해제시켰다. 그리고 얼마 전 시에서 선제적으로 전담병상 지정을 요청해 7월20일 다시 20병상을 중등증 전담병상으로 재지정했고, 앞으로 병상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보인다. 기존에 해왔던 것이 있기 때문에 유관기관들과 긴밀히 연락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병원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왔지만, 병원들만이 아닌 모든 분들이 거리두기가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불편은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