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시 조명에는 주민 공감대와 품격이 중요하다
상태바
[사설]도시 조명에는 주민 공감대와 품격이 중요하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7.2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일 울산시에서 ‘도시빛 특화계획 용역 최종 보고회’가 열렸다. 오는 2027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울산만의 야간 경관 인프라를 구축해 울산을 체류형 관광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도시경관조명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기도 하고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보고회에서 밝힌 주제처럼 ‘축제 같은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도시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조명을 설치하게 되면 빛공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울산의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태화강은 낭만과 고요, 느림의 미학에 더 가까운 공간이다. 특히 수변공간은 계절에 따른 서정성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그것이야말로 강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다. 그런데 태화강을 따라 각양각색의 인공조명을 설치한다면 자칫 강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특히 태화강국가정원에는 곧 세계적 정원디자이너 피터 아우돌프(Piet Oudolf)의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 뉴욕 ‘하이라인파크’와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루리가든’ 등에서 보여주었듯 피터 아우돌프의 정원은 그의 명성만으로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곤 한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피터 아우돌프의 정원을 만들어놓고 그 바로 옆 대숲과 십리대밭교, 태화교, 태화루에서 인공조명으로 고래가 날아다니고 공룡이 뛰어다니게 한다니, 울산에서 처음으로 조성되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적 자원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혹여 태화강국가정원에 새로운 조명이 꼭 필요하다면 아우돌프의 정원이나 백로가 잠드는 십리대숲과의 조화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간혹 주민들의 감수성을 끌어올리거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건물과 다리 등에 설치한 감각적인 조명이 문화적 자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상하이 푸동항과 홍콩 야경 등이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꼽히는데, 이들 지역에서도 일정 구간에 한해 특정한 시간대에만 조명을 밝힌다. 노틀담이나 프라하성 등 세계적 문화유산에도 조명이 돼 있으나 대개는 차분한 한가지 색상으로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는데 그친다.

이번 보고회에 따르면 울산의 야간조명은 특정구간이 아니다. 선바위에서 시작해 태화강과 11개의 교량을 거쳐 일산해수욕장과 대왕암까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폭넓은 구간인데다 라이트 파크, 웨이브 웨이, 아쿠아 라이트 월드, 바닥형 미디어 아트, 드래곤 로드 등 조명도 각양각색이다. 어려운 시기에 400억원의 조성비도 엄청나지만 유지비도 걱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