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운의 울산현대史]울산이 낳은 세계적 무궁화 박사…‘나라꽃’연구에 일생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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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운의 울산현대史]울산이 낳은 세계적 무궁화 박사…‘나라꽃’연구에 일생 바쳐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08.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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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경구 박사가 충남 천안 무궁화 연구소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황금개나리 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즘 울산을 돌아보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꽃이 무궁화다. 특히 태화강국가정원과 선암호수공원,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는 무궁화동산이 따로 있고 이곳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무궁화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꽃을 피워 수령이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50~60년 수령이면 고목이 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100년 수령의 무궁화가 드물다. 그런데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석천리 석계서원에는 조선 조 말 이재락 선생이 심은 100년 넘은 무궁화나무가 있어 ‘무궁화 도시 울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울산이 이처럼 무궁화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울산 출신의 세계적인 식물학자 심경구 박사가 있다.

심완구 전 울산시장과 4촌 간인 심 박사는 심 전 시장을 만날 때마다 “형님은 우리나라에서만 알아주는 정치가지만, 나는 세계가 알아주는 무궁화 박사”라고 장난 아닌 장난을 자주 했다.

심 전 시장과 울산 남구 대현면(현 대현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나이가 2살 차이로 대현초, 울산제일중, 부산고를 함께 다녔다. 부친이 대현면에서 큰 배밭을 운영한 것도 둘 다 비슷하다.

둘의 삶이 바뀐 것이 대학 졸업 후다. 심 전 시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심 박사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대학교수가 됐다. 그것도 심 전 시장의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흔히들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무궁화꽃이 많은 나라가 많다. 연구기관도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가 여럿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심 박사는 세계가 알아주는 무궁화 박사다.

심 박사가 무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농대를 택할 때부터다. 그가 대학을 진학할 때만 해도 농대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고교시절 성천 류달영 선생의 강연을 듣고 농대로 갈 것을 결심했다. 심 박사가 학생 시절 농민운동을 벌였던 성천 선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 못잖게 농업의 선진화가 중요하다”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농대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 자라면서 보았던 대현면의 과수원 환경도 심 박사가 농대로 가게 한 요인이 됐다. 어린 시절 그가 늘 보았던 배나무는 나무를 심어놓고 배만 따면 되는 것이 아니고 거름을 주고 가지를 자르고 접을 붙이는 등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그에게 농대를 택하도록 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처음 연구한 원예는 무궁화가 아닌 사과였다.

대학 졸업 후 충남대 농과대학 농학과 전임강사가 됐던 그는 1968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에 연구조교로 파견됐다. 미국에서 4년 동안 머물면서 왜성 사과를 연구·개발해 우리나라 사과 품종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심 박사가 왜성 품종을 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과 농장은 나무가 너무 커 330㎡(100여 평)의 농장에 겨우 10그루 사과나무밖에 심을 수 없어 수확량이 적었다. 그러나 왜성 품종이 개발되고부터는 나무는 작지만, 수확이 훨씬 많은 사과나무를 심어 큰 이익을 남겼다.

심 박사가 무궁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가 성균관대 교수 시절이다. 1984년 일리노이대학 원예과 객원교수로 있을 때 어느 날 농무부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보니 미국이 외교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 세계 국화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 연구도 이곳에서 활발히 하는 것을 보았다. 당시 이미 미국은 무궁화단지를 조성해 놓고 신품종을 많이 개발한 상태였다. 심 박사가 이곳에서 충격을 받은 것은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무궁화 연구를 훨씬 더 열심히 해 더 많은 신품종을 개발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귀국할 때 농무부 국립수목원에 있던 6개의 무궁화 신품종을 가져와 성균관대 온실에 심어놓고 돌보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심 박사는 1993년 성균관대 식물원장이 됐다. 이때 그는 일본·프랑스·영국·미국·벨기에·네덜란드에서 200품종 이상의 무궁화 유전자원을 수집했고, 11만5702㎡(3만5000여 평)의 무궁화 전시포(본보기 논)도 만들었다.

이후에도 그는 무궁화 연구를 계속해 밤에도 피는 무궁화를 개발했다. 꽃 이름을 ‘안동’으로 명명한 이 무궁화는 진딧물에도 강하고 밤에도 꽃이 피는 것이 특징이다. 개화 기간 역시 7월부터 10월까지로 다른 일반 품종에 비해 두 배나 길었다. 기존 품종은 오전 4시에 개화해 오후 6시가 되면 지기 때문에 밤에는 꽃을 볼 수가 없었는데 ‘안동’은 이런 점을 보완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무궁화 연구를 해 왔던 심 박사가 정년으로 성균관대를 떠났던 때가 2006년이었다. 성균관대를 떠나면서 그는 무궁화 연구를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무궁화 연구소를 천안에 차렸다.

대학에 있는 동안 개발한 신품종만 해도 ‘청수양’ ‘홍수양’ ‘대배달’ 등 16종이 넘는 심 박사는 2016년부터는 국내 품종 보호권 등록 품종에 매달려 ‘진선’ ‘미경 ‘죽장’을 보호권 등록했다.

해외 특허 품종에도 매달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안동’ ‘종무’ ‘환희’ 등 모두 27만 주를 수출해 연 3만달러의 로열티를 받아왔다.

지금까지 심 박사가 개발한 품종 중에는 ‘선암’ ‘태화’ ‘문수’ ‘대현’ ‘여천’ ‘제일’ ‘처용’ 등 울산과 관련된 무궁화 이름이 적지 않다.

꽃 이름은 함부로 지을 수가 없다. 이름 하나하나는 모두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외부에 많이 알려진 지명이나 이름은 심의 과정에서 탈락한다. 따라서 처음 붙인 꽃 이름 중 탈락된 것도 적지 않다. ‘태화’는 처음 ‘태화강’으로 지었지만, ‘태화강’은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강 이름이라 ‘태화’로 했다. ‘제일중’도 꽃 이름으로 정했지만 이 이름도 이미 학교 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아예 ‘삼일홍’으로 바꾸어야 했다.

울산에서 심 박사가 개발한 무궁화 수종이 제일 많은 곳이 태화강국가정원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무궁화동산 넓이만 해도 1만㎡(3025여 평)가 되는데 이곳에는 24종의 무궁화나무 2만 주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 있는 무궁화는 꽃 이름도 ‘선암’ ‘태화’ ‘야음’ ‘학성’은 물론이고 심지어 ‘문수’ ‘처용’으로 심 박사의 울산 사랑을 보여준다.

울산시가 2019년 태화강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기 전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심 박사는 태화강을 둘러본 뒤 태화강 무궁화동산에도 장생포 동산처럼 스프링클러 시설을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2012년 칠순이 되었을 때 ‘무궁화 신품종 개발 20년 계획’을 세웠던 그는 요즘도 연구소가 있는 천안에서 향기 나는 무궁화와 화분용 무궁화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부인을 포함한 가족을 모두 서울에 두고 혼자 천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심 박사가 20년 계획을 완수하려면 아직 10년이 남았다. 나이로 보면 계획이 끝날 때는 이미 구순이 넘지만 지금도 자신을 갖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

평생을 무궁화 연구에 바쳤던 심 박사가 은퇴를 앞두고 걱정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후계자 문제다. 그는 현재 후학 양성 차원에서 울산 출신으로 서울농대 원예과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H 박사에게 연구소 일을 물려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무궁화 연구개발은 한 두 명이 매달려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라는 생각으로 무궁화를 사랑할 때 우리나라가 애국가에 나오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무궁화에 대한 이런 국민적 관심이 언제 생겨날지가 걱정거리다.

심 박사가 무궁화 품종 개발로 나라 사랑을 실천했다면 심 박사가 개발한 무궁화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꽃이라는 것을 알리고 ‘무궁화동산 울산’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이 독서문화운동가 강신원(83)씨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사비로 <나라꽃 무궁화 바로 알기> 책자를 만들어 울산시민들에게 무료 배부하는 등 무궁화를 통한 나라 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2013년 ‘울산기독 군인회’ 창립에 앞장섰던 강씨는 이후 기독군인회와 함께 나라꽃 무궁화 바로 알기 운동을 펼쳐왔다.

▲ 장성운 지역사 전문가·울주문화원 이사
▲ 장성운 지역사 전문가·울주문화원 이사

특히 그는 장병들이 무궁화 사랑을 통해 나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울산의 군부대에 무궁화 보내기 운동을 벌여왔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울산지역 군부대에는 국기 게양대 주위에 무궁화를 심어 놓고 장병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부대가 많다.

이외에도 그는 기독군인회와 함께 자신이 만든 무궁화 홍보 책자와 전단을 관공서와 시민단체에 배부하고 특히 울산시교육청과 협의해 무궁화 책자를 학교 교재로 사용토록 했다. 또 교육청이 매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무궁화 자작시 낭송대회도 개최해 학생들에게 무궁화 사랑의 마음을 심도록 하고 있다.

강씨는 “산업도시 울산에서 심경구 박사 같은 세계적인 무궁화 박사가 태어난 것은 큰 축복”이라면서 “앞으로 울산시민 모두가 무궁화 사랑을 통해 울산을 사랑하고 나아가 나라를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성운 지역사 전문가·울주문화원 이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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