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사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이 성접대와 증거인멸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아 사실상 실각했다. 이준석은 소위 윤핵관들의 권력 장악을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토사구팽(兎死狗烹)론’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윤핵관 측은 이준석 개인 비리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독자적인 판단일 뿐이라는 ‘자업자득(自業自得)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이준석을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로 지칭한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노출됐다. 이준석은 대통령을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민망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1만원에 육박하는 냉면 먹기가 망설여지고, 입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뗄 수 없는 길고 무더운 여름에 국민을 더욱 열 받게 하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사태이다.
국민과 당원들이 보수진영의 명운이 걸린 3·9 대선을 앞두고 기라성같은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30대의 이준석을 거대 야당의 대표로 뽑은 것은 하버드 출신이라 하여 정치 상황을 일거에 역전시킬 용빼는 재주를 기대하거나, 2030 청년들의 몰표를 기대해서가 아니다.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보수 정당에서는 변변한 대통령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표부터 파격적으로 바꾸어 보자는 심정으로 속칭 질러버린 것이다. 격을 높여 표현하면 보수정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주문한 것이다.
자력갱생(自力更生)과는 거리가 먼 전 정부의 실정, 외부 영입 후보의 개인기, 덜 혐오 선택 선거 등에 기대어 겨우 집권을 했으면, 국민들의 강력한 변화 요구를 즉시 실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대했던 이준석까지 합세해 졸렬한 권력다툼에 골몰하는 모습은 지지율 폭락의 주요 원인이 됨을 부인할 수 없다.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말 그대로 자신의 뼈와 내장을 모두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빌면 ‘마누라와 자식 말고는 다 바꾸라’는 것이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삼성 텔레비전을 보고 충격을 받아 순방을 중단했다. 고심 끝에 그 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세계 삼성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신경영 선언’을 하면서 유명한 이 말을 남겼다. 재미있는 것은 마누라만 바꾸고 싶다는 남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후 1995년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 500억원 상당의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을 시작으로 ‘질’(質) 경영에 몰두한 결과 오늘의 삼성을 일궜다. 이 회장은 1995년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에게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일로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스스로 2류라고 평가했던 삼성을 세계 브랜드가치 5위의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반면에 우리 정치는 그때보다 더 하향 평준화된 두 정치세력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이다.
경제발전과 안보라는 국가의 초석을 깔아온 보수세력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보수세력이 박근혜 탄핵 이후에 비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보수 정치세력의 불운일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꼭 지켜야 할 보수적 가치가 굳건히 자리 잡을 때 더 나아지고자 하는 진보의 가치도 따라서 건전해지기 때문이다. 2년 후로 다가온 총선에서 보수세력이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해 궤도를 많이 이탈한 진보세력을 올바르게 견인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비상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과감한 인적쇄신, 지성과 합리에 기반한 당내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확장, 정치적 특권 배제, 정치의 무한봉사로의 회귀, 청년과 청년정신의 포용 등을 간절한 가치로 삼는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적당히 당명이나 바꾸고, 명망가 한 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책임도 못질 청년 몇 명 비대위원으로 집어넣는 등의 위장개혁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눈을 가릴 수 없다. 꼰대 정당과 웰빙 정당의 화형식을 거행해 전화위복(轉禍爲福)하는 당권경쟁을 기대해 본다.
신면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