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66)]무더위 끝 처서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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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66)]무더위 끝 처서매직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8.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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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제는 아침 기온이 20℃ 아래로 뚝 떨어졌다. 푸른 하늘은 더 높아졌고 먼 산에는 여름 내내 드리워졌던 비구름이 싹 걷혔다. 가을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오늘은 처서(處暑)다. 처서는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오는데, ‘더위(暑)가 그친다(處)’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처서매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처서매직이란 처서와 magic(마법)의 합성어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처서가 지나면 한풀 꺾인다는 뜻이다. 처서를 기점으로 계절은 가을 문턱을 넘게 된다.



구름 위에 카메라/ 놓았으면 좋겠어/ 너 보고 싶을 때마다/ 너의 모습 찰칵/ 찰칵 사진으로 찍어/ 나한테 전해주도록// 바람 속에 녹음기/ 놓았으면 좋겠어/ 너 생각날 때마다/ 너의 숨소리 스륵/ 너의 콧노래 스르륵 담아/ 나한테 전해주도록// 오늘은 또 구름 높고/ 바람까지 좋은 날/ 여름이 가려나 보다. -‘가을이 온다’ 전문(나태주)

▲ 처서 풍경.
▲ 처서 풍경.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했다. 처서를 이처럼 잘 묘사한 구절도 없다. 이 맘때가 되면 매미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귀뚜라미가 합창을 한다. 하늘에는 비구름 대신 뭉게구름이 솜처럼 피어오른다.

처서와 관련된 속담은 이 외에도 많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모기·파리가 점차 사라지는 것을 말하며,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가리가 벗어진다’는 처서 무렵의 마지막 더위가 심함을 말해준다. ‘처서에 비오면 나락에서 뿔난다’는 이 즈음에 비가 자주 오면 벼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처서에 비오면 십리안 곡식 천석을 던다’는 꽃가루 수정이 잘 안돼 벼쭉정이가 많아지면서 생산량이 뚝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처서는 백성들에게 중요한 절기였다.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伐草)를 했다. 또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했다.

<고려사>에 따르면 처서 이후 15일을 5일 단위로 구분하는데 첫번째는 송골매가 새를 잡아 제사를 지내고, 두번째는 천지에 쌀쌀한 가을 기운이 돌며, 세번째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했다. 바야흐로 처서매직이 시작되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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