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상을 떠난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간호사와 배우 강수연,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까지. 그 어떠한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밤낮으로 8~10℃에 가까이 일교차를 보이는 환절기엔 뇌동맥류 파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 질환에 대해 박종현 울산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뇌동맥 파열 가장 많아
사람의 뇌 실질을 감싸고 있는 뇌막 중 거미줄 모양을 닮아 거미막이라 불리는 지주막과 가장 안쪽에 있는 연막 사이를 지주막하 공간이라고 한다. 이곳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큰 혈관이 지나다니는 통로이자 동시에 뇌척수액이 교통하는 공간이다.
만약 뇌혈관에서 출혈이 생길 때 가장 먼저 지주막하 공간에 스며들게 되는데,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지주막하 공간에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를 ‘지주막하 출혈’이라 한다.
발생 원인으로는 외상으로 발생하는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과 뇌동맥류 파열 등으로 발생하는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로 나눌 수 있다.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은 뇌졸중으로 간주하지 않으나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은 대부분 뇌동맥 일부가 약해져서 혈관 일부분이 부풀어 오른 곳(뇌동맥류)이 파열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전체 원인의 65%를 차지한다.
뇌동맥류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동맥류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고, 수년간 지속되는 고혈압 등으로 후천적으로 생성될 수도 있다.
박종현 울산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은 동정맥기형이나 동정맥루, 감염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결체 조직 질환이나 연부조직에 낭종(물혹)이 생기는 질환 등이 있으면 뇌혈관 검사를 시행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심한 두통 땐 응급치료 필요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대부분 어떠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사시나 복시 등 뇌동맥류가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파열돼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다면 비정상적으로 급작스럽고 심한 두통부터 발작, 의식변화 등 심각한 증상이 발생하며 응급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은 30% 이상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또 다른 30%는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이나 입원 중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 밖에도 지주막하 출혈 외에도 뇌 안에서 뇌척수액이 고이는 수두증이나 혈관 경련 등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연·정상혈압 유지 중요
지주막하 출혈 진단은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TFCA(뇌혈관 조영술) 등이 활용된다.
이 중 CT는 병원을 찾는 즉시 뇌 이상 여부를 감별할 수 있어 가장 먼저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서 MRI(자기공명영상)로 진단할 수 있다. 또 요추천자는 CT상 결과가 불확실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다. TFCA는 파열된 뇌동맥류를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얇고 유연한 관을 동맥에 넣어 목동맥까지 조영제를 주입해 시행하는 검사 방법이다.
뇌동맥류 파열로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 환자라면 일반적으로 코일 색전술이나 뇌동맥류 결찰술을 한다. 코일 색전술은 두개골을 열지 않고 뇌동맥류가 파열된 부분을 코일로 막는 방법이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은 보통 다리 쪽의 대퇴동맥을 통해 작은 관을 집어넣어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코일이라고 하는 것을 넣어 막는 것이다. 반면 뇌동맥류 결찰술은 환자의 두개골을 열고 이후 미세한 클립을 이용해 터진 뇌혈관을 결찰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생각한다면 두개골을 열지 않는 코일 색전술이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코일 색전술만으로는 모든 뇌동맥류를 치료할 수 없다. 동맥류의 상태나 위치에 따라 뇌동맥류 결찰술이 예후가 더 좋을 수 있다. 두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뇌혈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박 전문의는 “뇌동맥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후천적인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뇌동맥류를 예방하려면 금연과 정상 혈압 조절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담배는 뇌동맥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얇아진 지주막하 출혈이 뇌동맥류로 인해 얇아진 혈관 벽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기에 정상 혈압조절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환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