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센터 지정 60주년 맞은 울산 ‘문화도시’ 옷 입는다]탁 트인 공간에 대형작품 소개 가능
상태바
[공업센터 지정 60주년 맞은 울산 ‘문화도시’ 옷 입는다]탁 트인 공간에 대형작품 소개 가능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2.11.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기존 공장의 틀은 남겨두고, 익스팬디드 메탈을 덧붙여 만든 F1963 정문은 빛의 변화가 공간을 흥미롭게 한다.

영국에는 템스강변의 폐쇄된 발전소에서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재탄생한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있다. 부산에는 폐쇄된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전국구 지명도를 얻은 F1963이 있다. 울산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남짓 달려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도착하면 파란 하늘 아래 자리한 F1963을 만날 수 있다. 과장되게 외관을 치장하지도 않았다. 주변 분위기에 어우러진 크지도 작지도 않은 F1963 문패를 지나면 도심과는 다른 색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종일 머물러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가봐야 할 공간이 많다.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 산책로와는 또 다른 느낌의 대나무 숲을 지나면 본격적인 ‘놀이동산’이 시작된다.
 

▲ 기존 공장 물건과 새로운 물건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기존 공장 물건과 새로운 물건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덕꾸러기에서 신데렐라로 변신

삭막한 철제 구조물에서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장 건물. 산업 역군으로 활약할 땐 몰라도, 폐쇄된 공장이라면 더욱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려제강 수영공장도 이런 수모를 겪었다.

이곳은 지난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2만5000㎡(7600평) 규모의 공장이 있던 자리다. 공장이 쓸모를 다하고 울산 울주군 언양과 부산 기장군 정관으로 떠나자 구박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공간이 지난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한 것을 계기로 화려한 마차를 탄 신데렐라로 변신했다. Factory의 F와 공장 문을 열었던 1963년을 합성한 ‘F1963’으로 부산의 대표적 문화공간이 됐다.

F1963은 낡고 버려졌던 공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기존 공장의 틀은 남겨두고, 익스팬디드 메탈을 덧붙인 것이 ‘신의 한 수’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변화가 공간을 흥미롭게 하면서도, 대나무 숲과의 조화도 이룬다.

이곳에는 ‘국제갤러리’ ‘현대 모터스튜디오’와 같은 전시 공간을 비롯해 ‘금난새뮤직센터’(GMC), ‘F1963 도서관’, 대나무숲 산책로 ‘소리길’ 등이 모여 있어 미술, 공연, 문학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라로사 커피나 복순도가, 프라하993 등 휴식 공간도 갖췄다.
 

▲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
▲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

◇다양한 전시·공연 공간

F1963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전시 공간인 국제갤러리다. F1963의 중심으로 향하는 통로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물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 F1963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도 맡았다. 방해물 없이 탁 트인 시야로 규모가 큰 대형 작품도 소개할 수 있어 다양한 전시를 구성하고 보여준다.

또 다른 전시 공간인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서울과 고양, 하남, 베이징, 모스크바에 이은 여섯 번째 전시장이다. 지금은 ‘해비타트 원’(Habitat One)을 주제로 바래와 에콜로직스튜디오가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세대인 ‘제너레이션 원’(Generation One)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또 무대와 객석 가든이 어우러져 있는 열린 공간 F1963 스퀘어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세미나 개최와 함께 정기적으로 영상물도 상영한다. 지휘자 금난새 음악감독의 생각이 반영한 음악홀 ‘금난새뮤직센터’(GMC)도 있다. 실내악 공연을 할 수 있는 메인 음악홀에 대·중·소 크기별로 나눠진 연습실 5개가 있어 오케스트라 리허설은 물론 교육도 이뤄진다. 특히 음악홀은 층고가 2층 높이에 달하고 지상 1층은 통유리로 360도 둘러싸여 있어 지나가는 사람이 연습 모습이나 공연 실황을 볼 수 있다.

전시와 공연이 모두 가능한 2000㎡(605평) 규모의 석천홀도 있다. 지금은 가벽을 설치해 F1963을 운영하는 부산문화재단의 ‘2022 레지던시 프로젝트’ 전시를 하고 있다.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은 “부산의 대표 문화공간 F1963에서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레지던시 공간을 소개하고, 예술가들이 각 공간에서 받은 영감으로 창작한 결과물을 선보인다”며 “전시 작품으로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새로운 부산을 느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비콘(B-Con)그라운드의 플레이그라운드 모습.
▲ 비콘(B-Con)그라운드의 플레이그라운드 모습.

◇유휴부지 활용한 비콘그라운드

F1963 인근 수영 고가도로 아래에는 복합문화공간 비콘(B-Con)그라운드가 있다. 부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지난 2020년 고가도로로 나뉘어 있던 지역을 연결하고 부족한 문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유휴부지에 180개의 컨테이너로 만든 곳이다.

비콘그라운드는 커뮤니티그라운드, 패밀리데크, 비콘스퀘어, 쇼핑그라운드, 플레이그라운드, 아트갤러리 등 총 6개의 공간이 있다. 커뮤니티 그라운드는 주민 사랑방, 교육, 세미나 등은 물론 VR 체험관으로 활용한다. 패밀리데크는 부산지역 예술인이 입주해 창작활동과 전시를, 비콘스퀘어는 이벤트, 공연, 마켓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장과 동시에 불어닥친 코로나로 운영이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주 토요일 플레이그라운드에서 공연을 마련하고, 비콘스퀘어에서 VR전시회를 여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