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근래 들어 여름철 더위가 워낙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겨울 추위가 덜 심각한 세태가 됐지만 그래도 ‘없는 사람 살기는 여름 보다 겨울이 더 힘들다’는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름철 더위를 나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지만 겨울 추위는 난방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각종 기술의 개발로 더위든 추위든 쉽게 극복이 가능해지면서 빈부격차가 곧 날씨체감지수와 비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구나 이번 겨울은 고유가로 인해 없는 사람들에게 더 고통스런 겨울이 될 수도 있다.
울산 중구가 겨울철을 맞아 버스승강장에 바람막이와 온열의자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참여형 마을교부세와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등 예산 1억5000만원을 투입해 지난달 버스승강장 85곳에 투명 비닐 소재 바람막이를 달았다. 또 버스승강장 40곳에 자동발열 기능을 갖춘 온열의자 51개도 설치한다. 중구는 이미 지난해부터 온열의자를 설치해왔기 때문에 61곳에 83개의 온열의자를 갖추게 됐다고 한다. 이용률이 높은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했겠지만 소외되는 승강장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버스승강장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곳이긴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바람막이나 온열의자가 절실하다.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동안에 이미 몸이 차가워지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의 체온저하는 더 심각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버스승강장에서의 추위는 이용률이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매섭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구와 울주군 등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버스승강장의 추위와 더위를 예방하는 다양한 시설들을 설치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간의 경계가 높지 않은 울산의 경우 지자체들의 재정형편에 따라 버스승강장의 날씨체감지수가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자체간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
극한 날씨로부터 어려운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행정의 중요한 업무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다. 실질적으로 날씨로 인한 차별화를 줄이는 데 행정력과 예산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를 ‘날씨 복지’이라고 한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기초단체 간 경쟁적으로 버스승강장을 단장할 것이 아니라 울산시가 나서 구·군간 형평성도 고려하면서 꼭 필요한 시설들을 고루 설치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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