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조세행정 업무부담 사업자에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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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조세행정 업무부담 사업자에 가중 우려
  • 경상일보
  • 승인 2022.12.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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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모 김준모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직장인으로 근무하다 사업자 등록을 내고 처음 사장이 된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들이 있다. 납부해야 될 세금의 종류는 왜 이렇게 많으며 제출해야 하는 서식들은 또 왜 이렇게 많냐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원천징수는 사업자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사업자가 근로소득, 인적용역사업소득(프리랜서), 연금소득, 기타소득, 금융소득 등의 금액을 지급할 때 받는 사람이 부담해야 할 세액을 미리 징수해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 것이 원천징수제도다.

원천징수제도는 납세자와 정부 모두에게 장점이 있다. 납세자는 원천세로 세금을 미리 납부해 종합소득세 납부 부담을 덜 수 있다. 원천징수의무자인 사업자가 신고를 함에 따라 납세자는 원천징수 행정의무에서도 자유롭다. 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시기에 편중되지 않고 시기별로 평준화된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납세자의 조세저항도 낮출 수 있으며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의무를 전가해 조세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원천세 신고를 통해 각 납세자들의 소득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세를 납부할 때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 서식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원천징수의무자가 매월 원천징수한 세액과 원천징수의 대상이 된 소득이 총 얼마였는지 보고받는다. 그러나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에는 납세자 각각의 소득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매 다음년도 2~3월에 각 소득별 지급명세서를 별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얻은 납세자별 소득금액에 대한 정보를 종합소득세 안내문 통지 기준정보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활용한다.

2019년부터는 근로장려금 지급 주기를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제출하는 지급명세서 외에도 근로소득과 원천징수대상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간이지급명세서를 별도로 반기별로 제출하도록 개정되어 원천징수의무자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 심지어 21년 하반기부터 원천징수대상 사업소득은 반기에서 월별 제출로 변경됐고, 근로소득 또한 소득기반 고용보험 시행 지원을 위해 월별 제출로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지급명세서 제출의무와 간이지급명세서 제출의무 모두 불이행시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가산세가 부과된다. e-나라지표의 국가통계포털 근로소득세 지급조서 제출 현황표에 따르면 원천징수의무자가 제출한 근로소득지급명세서상 신고인원은 2018년 1857만8000명에서 2019년에는 1916만7000명, 2020년에는 1949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근로소득지급명세서상 근로소득 과세표준 또한 2018년 374조9000억원에서 19년에는 398조7000억원, 20년에는 409조4000억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원천징수의무자의 가산세 위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간이지급명세서제도의 신설은 근로장려금 반기 지급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과세권자가 수행해야 할 조세 행정업무가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될 우려도 있다. 애초에 납세자와 정부에게 이점을 주는 원천징수제도는 원천징수의무자의 성실한 조세행정의무가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근로장려금 반기 지급 목적을 위한 정부의 행정편의를 위해 원천징수의무자의 협력의무는 더욱 과중됐다. 제출 의무를 추가하는 방법 외에도 정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도 생각해볼 만 하다. 근로장려금을 직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지급하거나, 이미 매월 제출하고 있는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의 서식을 변경해 각 소득자별 소득금액 현황이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 만으로도 파악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땅에서 사업을 하는 사업자라면 조세의 신고의무와 납부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의 행정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의무를 무턱대고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지우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와 납세자, 원천징수의무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절충안이 필요한 때이다.

김준모 김준모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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